까미노- 프랑스 Via Gebennensis

Via Gebennensis: 12. Bessey - Bourg Argental (베쎄 - 부르 아흐장탈)

hadamhalmi 2019. 6. 18. 22:07

2019 6 18()

 도보 구간: Bessey  Bourg-Argental, 20.1 Km (실제 걸은 거리: 25Km)
걸린 시간: 8 시간 

오늘도 630분에 일어났다오늘 아침은 8시에 먹기로 했으니 다비드는 7시 반에나 일어날 것이라 조용히 밖으로 나가 산책도 하고 정원에서 오늘 먹을 체리를 조금 더 땄다어제 먹고 남은 체리에 오늘 딴 것을 합쳐 두 개로 나누어 한 봉지는 내가 가지고다른 하나는 다비드에게 주었다.

 

아침을 먹은 후 물집이 생긴 부위에 다비드가 준 반창고를 붙이고 숙소를 말끔히 정돈한 후 오늘의 목적지인 Bourg-Argental(부르-아흐장탈)로 떠났다숙소에서 걸어 내려와 까미노 길로 들어서니 Bessey(베쎄)까지 1.54km라는 이정표가 있다. 다비드와 함께 10km를 걸은 후 남의 집 담장에 앉아 잠시 쉬었다가 30분 정도 언덕길을 힘들게 올라가니 산꼭대기에 멋진 지트가 있다이곳에서 보는 론강 주변의 경치가 멋지다.

 

산을 넘고 또 다른 언덕을 올라가니 독일 순례자가 기증한 긴 의자가 놓여 있다다비드와 의자에 앉아 쉬면서 보니 바로 아랫 마을이 Saint-Julien-Molin-Molette(셍 줄리앙 몰랑 몰레뜨)이다. 10분 정도 걸어 내려가 오후 1시경교회 건너편에 있는 피자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오늘 점심값은 다비드가 일정을 짜고 예약하고 통역 등 세심하게 도와 주는 게 고마워서 내가 냈다.

 

이 식당의 주인은 어제 샤바네에서 만난 카페 주인과 다르게 친절하다피자를 시키면서 물을 달라고 하니 시원한 물 한 병을 가져다 준다또 식당 건너편에 있는 야외 식탁에 앉았는데 햇볕이 너무 뜨거워 안으로 들어 가려고 하니 탁자를 나무 그늘 아래로 옮겨 준다그런데 주문해서 나온 화덕 피자가 너무 타서 바닥이 시커멓다나는 너무 꺼림직해서 반 정도만 먹었는데 다비드는 괜찮다며 자기 피자를 다 먹고 남은 내 것도 먹는다커피를 마시면서 느긋하게 쉬고 있으니 샤나의 엘까미노 지트에서 잠깐 만났던 카타리나가 강한 햇빛에 벌겋게 탄 얼굴로 우리에게 걸어 온다반갑게 인사를 하니 자기는 오늘 샤바네에서부터 걸었고 우리처럼 부르-아흐장탈까지 걷는 단다그러면서 점심은 조금 더 걷고 먹겠다고 해서 헤어졌다.

 

점심 후 약국에 가 물집 치료에 필요한 테이프를 사려고 했지만 약국도 문이 닫혀 있다이곳 사람들은 언제 필요한 물건을 사는지 궁금하다다비드와 나는 이곳에서 내일 먹을 양식을 사는 것을 포기하고 오늘의 숙소인 La Gare(라갸흐)를 향해 출발했다그런데 처음부터 고난의 길(Le Calvaire)이란 안내 표시가 나오더니 정말로 계속 오르막길이다한참을 헉헉거리며 걸었는데 언덕을 올라가니 이젠 내리막길인데 돌작길이라 조심조심 걸어야 했다이 길을 내려 가다 역방향으로 걷는 두 명의 순례자를 만났는데 꼭 부흐 아흐장탈 교회에 가서 기도를 하고 걸으란다. 이 길을 따라 내려 가니 부르-아흐장탈 입구다.

 

다리를 건너 캠핑장으로 가는 숲길에 들어서니 옆에 강이 흘러 숲속 온도가 서늘하다강가에서 놀고 있는 사람들을 부러워하며 걷다가 앞서 가는 다비드를 불러 우리도 강가에 발을 담그고 쉬었다 가자고 했다. 5분 정도 발을 담그고 있으니 발이 시리다덕분에 피곤한 발과 다리도 조금 진정 되었다지도를 보니 우리의 숙소는 여기서 15분 정도 걸린다짐을 챙겨 숲길을 걷다 La Gare 이정표를 보고 왼쪽에 경사가 심한 돌계단으로 올라가니 바로 우리의 숙소다

 

숙소 여주인인 헬렌의 안내에 따라 순례자 숙소에 짐을 풀고 헬렌의 살림집으로 건너 가니 아이 울음소리가 들린다헬렌은 현재 4명의 아이를 돌보고 있는데오늘 오후에는 그 중 13개월 된 여자 아이 한 명만 남아 있다고 알려 준다자고 일어난 아이를 돌보면서 우리에게 음료와 자기가 만든 과자를 내온다음료를 마시면서 우리는 내일 Les Setoux(레세토)까지 걸을 길과 부르-아흐장탈에서 식품을 살 수 있는지에 대해 물어 봤다낼 아침에 상점이 일찍 문을 여니 걱정 안 해도 된다는 말에 안심이 되었다드디어 우리가 원하는 시간에 물건을 살 수 있다

 

우리 숙소로 건너와 짐을 풀고 씻은 후 햇볕에 빨래를 널고 숙소 앞 벤치에 앉아 여행 일지를 쓰는데 햇빛이 너무 뜨겁다양산을 꺼내 쓰고 앉아 일지를 쓰고 있으니 다비드는 내 모습이 무척 낯선 지 보고 웃는다조금 있으니 그는 숙소에서 1Km 떨어진 부르-아흐장탈 시내를 둘러보고 오겠다며 나갔다마을을 정찰한 후 돌아온 다비드는 내게 약국에서 샀다며 물집 치료에 필요한 테이프와 영수증을 건네준다참 마음씨 따뜻한 고마운 청년이다

 

그러면서 그는 마을에 나갔다가 독일 순례자인 시몬느를 만났는데 시몬느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다비드가 자기를 알아 봐서 깜짝 놀라더라는 이야기를 한다다비드도 길을 걸으면서 시몬느에 대해 다른 순례자에게 들은 얘기가 있을 것이다그러면서 아마도 내일 레쎄토 지트에 함께 지낼지도 모르겠다고 알려 준다나는 시몬느에 대해 들은 적이 없어 잘 모른다

 

오늘 저녁은 헬렌이 송아지 고기를 요리해 주었는데 심심한 게 맛있다. 식당을 운영했던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요리 솜씨가 좋다. 후식으로는 텃밭에서 딴 딸기에 생크림을 얹어 주었다. 내게 생크림하고 먹고 샆냐고 묻더니 즉석에서 생크림을 만들어 올려 준다. 그런데 딸기의 양이 네 사람이 먹기에는 엄청 많다. (텃밭에서 땄다고 했는데 얼마나 많은 딸기 모종이 있나 궁금해 다음 날 아침 산책 때 텃밭에 기서 보니 딸기와 산딸기 나무만 있다.) 그리고 설탕에 잰 딸기라 르빵에서 사먹은 딸기보다 맛있다마지막에 나온 블루 치즈도 순한 게 아주 맛있다이제 조금씩 치즈 맛을 느끼나 보다다비드는 배가 고팠는지 오늘 먹는 양이 조금 많다딸기도 두 그릇이나 비웠고 블루 치즈도 평소보다 많이 먹는다

 

주인 할아버지인 폴과 헬렌은 소박하고 품위가 있다. 폴은 전기 노동자로 리옹에 있는 프랑스 철도회사에서 일을 했고 지금은 연금 생활자다헬렌은 원래 식당을 운영했는데 3명의 아이들을 키우면서 식당을 계속 하기가 어려워 보모로 전업을 했단다지금 큰 아들은 브르-아흐장탈에두 딸은 리옹 근처에 산다고 한다그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데 아이 돌보는 일이 힘들어 올해는 지난 3 9일에 한 번 순례자를 받고 오늘 우리가 두 번째란다그래서 이틀 전 루씨엔이 숙소를 예약할 때 오늘 상황을 봐야 해서 다시 한 번 확인 전화를 해달라고 했단다그러면서 내일은 Accueil Jacquare 지역 모임이 있어 셍 호망에서 우리가 머물렀던 숙소의 루씨엔을 만난다고 한다

 

다비드는 내가 샤바네 다리를 건너며 본 원자로 격납 건물처럼 보이는 것이 핵 발전소냐고 물은 것에 대해 답변을 못했던 것을 잊지 않고 저녁을 먹으며 폴에게 물어준다. 폴은 우리가 본 것이 원자력 발전소이고 이제는 풍력 에너지 등 신재생 에너지도 사용하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다고 알려 준다.

 

오늘 우리가 머무는 숙소는 100년 전에는 기차역이었다두 분이 이 건물로 이사 와서 역사는 살림집으로화장실은 순례자 숙소로 개조한 집이다.

  

 

 

 

아몬드 나무
Bessey
Gite
Saint-Julien-Molin-Molette
순례자 숙소, 밖에서 보이는 것과 달리 안은 깔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