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미노- 프랑스 Via Gebennensis

Via Gebennensis: 6. Yenne - Saint-Genix-Sur-Guiers (옌 - 셍제니쉬흐기에르)

hadamhalmi 2019. 6. 12. 23:23

 

2019 6 12()

 

도보 구간: Yenne St. Genix-Sur-Guiers, 25.4 Km (실제 걸은 거리: 31 Km)

걸린 시간: 9시간 반

 

 

간밤에 억수로 비가 내렸다지붕으로 난 창문에 빗물 떨어지는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 3번이나 깼다그때마다 일어나 욕실로 가서 난방 기구에 올려 놓은 우리들의 옷과 빨래들을 돌려 놓고 와서 잠을 청했다. 6시에 일어나니 밤새 내리던 비는 그쳤다. 오늘은 산길을 걸어가야 하는데 밤새 비가 억수로 내려 많이 걱정했는데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배낭 정리를 하고 예정대로 아침을 먹으러 7시 반에 아래층으로 내려가니 엘렌은 출근하기 전에 우리가 먹을 식사를 차려 놓고 우리와 인사를 하고 출근하려고 기다리고 있다엘렌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아침을 먹은 후 까미노 도장을 받았다. 숙박비는 거실에 있는 작은 통에 알아서 넣는 거라 각자 생각한 숙박비를 넣으면 된다.

 

오늘은 옌 마을에서 우리가 가야 할 길이 도미니크와 레네 할아버지와는 달라 숙소에서 떠나기 전에 서로 아쉬워하며 그동안 고맙고즐거웠고잘 걸으라고 인사를 하고 아침 8시 반에 모두 함께 집을 나섰다아델하이드다비드와 나는 일반 까미노길을도미니크와 레네는 우리보다 1시간 정도 짧은 길을 걷기로 했다. 게다가 우리는 도미니크가 머무는 St-Maurice-de-Rotherens(셍모리 드 로테른)에서 8.4 Km를 더 걸어가야 한다옌 마을 중심가로 들어가니 빵집이 문을 열어 바게트 빵을 사서 아델하이드와 반을 나누어 가졌다. 빵이 필요하지는 않지만 빵집이나 슈퍼를 만나기 힘드니 일단 사들고 다닌다.

 

산길은 생각보다 가파르지 않고 걸을 만하다. 산 능선의 오른쪽으로 흐르는 론강을 따라 걷는 주변 풍경이 아주 멋지다. Botozol(Jagdhütte, 보토쫄: 사냥꾼 쉼터)까지는 아델하이드를 기다려 가며 같이 걸었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고 출발하려는데 아델하이드는 휴식이 더 필요하다며 나 먼저 가란다여기서부터는 걷는 속도가 차이가 나서 나는 혼자서 산을 넘어 내려갔다.

 

Tournier (850m)을 넘어 있는 첫 마을로 내려 가서 의자에 앉아 쉬면서 아델하이드에게 전화를 하는데 통화가 안 된다한참을 기다렸지만 아델하이드가 오지 않는다시간이 많이 지나서 할 수 없이 계속 혼자서 걷기로 했다오늘 도미니크가 머무는 생모리에 도착하니 벌써 오후 3시 반이다아델하이드에게 전화를 하니 산을 넘어 왔고 따라가겠으니 나 먼저 숙소로 가란다이제부터 8.4 Km를 더 걸어가야 하니 맘이 바쁘다비탈길을 내려와 Gresin(그레장)에 도착해 교회 앞 쉼터에서 쉬다가 교회로 들어가 입구에 있는 방명록을 보니 샤나를 가다 만났던 헬렌과 애드가 글을 남겼다그런데 교회 안에서 앞으로 나가는데 갑자기 앞쪽에 불이 켜지며 노래가 흘러 나온다누가 있나 하고 둘러 보아도 텅 빈 교회에는 나 혼자다고맙게도 이런 서프라이즈는 교회 방문객들을 위한 서비스다덕분에 피곤했던 몸과 정신이 조금 풀렸다.

 

그레장을 떠나 Côte Envers(꼬뜨 엉베흐)에서 까미노 길가에 있는 호텔을 지나는데 개가 짖는다. 그런데 갑자기 호텔에서 헬렌과 애드가 나와 반갑게 인사를 하며 자기들은 피곤해서 오늘 여기까지만 걷는다고 한다이들과 헤어져 오늘의 목적지인 St. Genix-Sur-Guiers (셍제니쉬흐기에르)로 가는 길이 아스팔트를 따라 가는 길이라 생제니까지는 편안하게 갈 수 있겠거니 했는데 갑자기 다시 산길로 접어 든다한참 동안 가파른 길을 씩씩거리며 올라가니 Capelle de Pigneux가 나오고 그 앞에 교회 공동묘지가 있다이곳에서 보니 언덕 아래에 있는 생제니쉬흐기에르가 보인다내리막길이 길고 가파르니 걸어 올라오는 사람들이 쉬도록 길가에 의자가 잘 설치되어 있다시계를 보니 5시다이제 목적지에 다 온 것 같아 무거운 배낭을 내려 놓고 의자에 앉아 쉬면서 아델하이드에게 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은 아델하이드는 꼬뜨 엉베흐를 지나 생제니로 가고 있단다. 여기까지 오는데 얼마 안 걸릴 것같아 기다릴 테니 천천히 오라고 했는데 30분이 지나도 안 온다.

 

한참 후에 아델하이드가 전화를 해서는 자기는 힘들어서 산길을 넘어 내가 있는 성당으로 가지 않고 차도를 따라 셍제니로 가니 나 먼저 캠핑장으로 가란다한참을 의자에 앉아 쉬었고 내리막길이니 걸음이 가볍다. 기분좋게 10분 정도 걸어 내려 가니 바로 캠핑장으로 가는 길 표시가 있다저녁 6시경캠핑장 안내데스크에 가서 숙박계를 쓰고 예약한 방갈로로 안내를 받아 나가는데 마침 다비드가 시장을 봐서 지나간다. 반갑게 인사를 하니 그는 우리가 늦을 것 같아 근처 슈퍼에서 저녁거리를 사서 오는 길이란다젊은 청년의 마음씨가 따뜻하다.

 

다비드를 따라 방갈로에 들어 가니 오늘밤 우리가 자기에는 충분한 공간이다. 오늘 밤은 태어나서 처음 경험하는 캠핑장 방갈로 숙박이다큰 방에는 더블 침대가작은 방에는 싱글 침대가 둘이 있는데 그는 우리가 안 와 아직 짐을 안 풀었단다. 예의바른 청년이다. 우리는 여자 둘이고 다비드는 남자니 좁은 방에 여자 남자가 자는 것보다는 여자 둘이 자는 것이 편할 것 같아 좁지만 다비드에게 큰 방을 쓰라고 했다. 그제서야 그는 좋아하며 넓직한 방으로 들어간다.

 

작은 방에 짐을 풀고 샤워를 하고 나오니 아델하이드가 완전히 지쳐서 들어 온다자기는 이렇게 멀 줄 몰랐단다내가 산을 넘어 오면서 너에게는 여기까지 오는 것이 너무 힘들 것 같아 셍모리에서 자겠다고 할 줄 알았는데 끝까지 걸어 와서 놀랐다고 하니 약속을 했으니 오는 것은 당연하다며 명쾌하게 답을 한다역시 믿음직하고 대단한 순례자다방 상황을 설명하고 아델하이드에게 우리 둘이 작은 방을 쓰기로 했다니 즉시 좋다고 한다그녀는 짐을 풀자 마자 너무 피곤하다며 캠핑장 입구에 있는 식당으로 가서 맥주 한 잔을 마시고 왔다.

 

그 사이 다비드는 혼자 우리의 저녁 식사를 준비했고 우리는 방갈로 문 밖에 있는 탁자를 옮겨 저녁식사 세팅을 마쳤다요리를 하는 것을 즐기는 그는 음식을 맛있게 한다덕분에 우리는 피곤하다는 이유로 귀한 대접을 받았다. 식사 후다비드가 맛있게 요리를 했으니 설겆이는 내가 했다.

 

음식 재료값을 n분의 1로 계산하자는 두 사람에게 다비드는 식사를 맛있게 차렸고 아델하이드는 숙소 예약을 했으니 오늘 저녁 재료값은 내가 부담하겠다고 제안을 하니 둘 다 처음에는 잠시 사양하더니 좋아하며 그러자고 한다우리 세 사람이 푸짐하게 먹은 오늘 저녁 재료값은 겨우 9유로다. 스위스 청년인 다비드는 스위스에서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저렴한 가격이란다적은 돈이었지만 덕분에 나는 이번 기회에 길을 걸으며 이들에게 진 빚을 조금 갚을 수 있어 기분이 좋았다.          

 

 

 

아침을 먹은 후 숙박비는 이 통에 알아서 넣고 나오면 된다. 보통 숙박과 저녁, 아침 식사비로 40유로를 넣는다.
도미니크와 레네는 겨울이나 비가 많이 올 때 걷는 단축 코스로 산을 넘는다.
아델하이드와 다비드는 일반 까미노길로 Tournier 산을 걸으러 가고 있다.
사냥꾼 쉼터
그레장 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