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미노- 프랑스 Via Gebennensis

Via Gebennensis: 4. Seyssel - Chanaz (쎄셀 - 샤나)

hadamhalmi 2019. 6. 10. 23:52

 

2019 6 10()

 

도보 구간: Seyssel Pond de Fier Chanaz, 21 Km (실제 걸은 거리 25 Km)

걸린 시간: 6시간

 

 

오늘은 아침 7시까지 푹 잤다네 명이 같이 아침을 먹으러 식당으로 내려 가니 오늘은 성령강림절 휴일이라 아침 8시부터 식사가 가능하단다밖을 내다 보니 아직도 비가 내린다아침을 기다리는 동안 혼자 밖으로 나가 다리 건너 빵집에 가서 오늘 점심으로 먹을 바게트 샌드위치를 하나 샀다그런데 너무 커서 잘라 달라고 해야 하는데 손으로 자르는 시늉을 하며 영어로 cutting 이라고 하니 알아 듣고 반으로 잘라서 포장해 준다의사 소통이 안 될 때는 역시 바디 랭기지가 최고다.

 

아침을 먹고 로비로 나오니 미국에서 온 두 명의 순례자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잠깐 인사를 하고 도미니크레네 그리고 아델하이드와 함께 비를 맞으며 샤나(Chanaz)로 출발했다도미니크가 어제 오후에 동네 산책을 나갔다 들어 오면서 오늘 가야 할 길을 봐 두었던 터라 강가를 따라 Pont de Fier로 가는 길을 헤매지 않고 갈 수 있었다.

 

어제 저녁을 먹기 전, 아델하이드와 나는 엘 까미노 지트(El Camino Gite)도미니크와 레네는 아퀠 자꿰어(Accueil Jacquaire, 까미노 순례자들을 위한 민박집)을 예약했다같이 출발을 하지만 걷는 속도도 다르고 목적지도 다르니 처음 30분 정도는 같이 걸어도 점점 각자의 속도대로 걷게 된다. Pont de Fier의 숲길을 지나니 빗줄기가 더 세진다그래도 이번에 새로 산 가볍고 튼튼한 판쵸 덕분에 빗속을 걷는 게 불편하지 않다길을 걷는 동안 번개도천둥도 치지만 목적지까지 가야 하니 걸음을 멈출 수는 없다

 

12시경 비를 피하기 딱 좋은 쉼터에 앉아 바나나를 먹으며 세 명을 기다려도 오질 않는다핸드폰을 보니 아델하이드가 몇 번이나 전화를 했다곧바로 전화를 거니 중간에 비를 피하고 쉬면서 점심을 먹는단다그래서 나도 이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아침에 산 바게트 샌드위치를 먹으며 쉬고 있는데 아침에 호텔에서 만난 부부 순례자가 내 쉼터로 들어온다벌려 놓은 짐을 치우고 그들에게 자리를 만들어 주니 자기들도 이곳에서 점심을 먹겠단다그러면서 꺼내는 것이 아침에 호텔에서 식사로 제공된 삶은 계란 하나씩그리고 과일과 감자칩이다

 

얘기를 하다 보니 이들은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 온 애드와 헬렌이다헬렌이 길을 걸으면 자주 볼 테니 통성명을 하자면서 먼저 자기 이름을 소개한다. 50세는 넘어 보이는 헬렌은 미국 여자다. 애드는 독일 바젤에서 자랐고 미국으로 가서 헬렌과 결혼해서 사는데 스위스 제네바에도 집이 있어서 10일간의 도보 여행을 마치면 제네바에서 쉬고 갈 거란다조금 있으니 비가 그치고 잠깐 해가 난다. 날씨가 좋아지니 우리 모두 너무 좋아한다나는 충분히 쉬었으니 이들에게 길에서 또 만나자고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잠시 해가 나서 좋았지만 금방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갈수록 비가 세게 내리고 천둥과 번개가 무섭게 자주 쳐서 무섭다. 비는 점점 더 거칠게 내려 숲길을 걸어 가다 지붕 있는 외딴 집 야외주차장에 자리를 깔고 쉬기로 했다아무래도 비가 잦아들기를 기다려야 할 것 같다한참을 기다리니 비가 조금 잦아 든다.

 

다시 일어나 론강을 따라 이어지는 숲길을 걸어가다 다리 밑을 지났다. 여기서부터는 나무도 하나 없고 지루한 강가를 계속 걸어야 했다. 게다가 오늘은 비가 오는 날씨에도 오토바이 행사가 있어서 가끔 숲길에도 오토바이가 지나고 있고 강가 행사장에는 오토바이란 오토바이는 다 모여서 공기도 안 좋고 행사장 마이크 소리로 엄청 시끄럽다그저 빨리 이곳을 지나가고 싶어 빨리 걷다 보니 드디어 론강을 따라 걷는 길을 벗어 났고 드디어 샤냐에 도착했다.

 

그런데 샤나는 여행지답게 강가는 사람들로 붐비고 조금 부산한 느낌이 들었다. 샤나 마을로 가는  입구에서 까미노 표시를 따라 갔는데 개인 땅이라고 문을 체인으로 잠구어 놓았다길을 되돌아 오면서 조금 빨리 가려고 캠핑장 방갈로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갔지만 여전히 나가는 길은 담으로 막혀 있다. 30분 정도 헤매다 포기하고 까미노 표시를 보고 길을 꺾었던 곳으로 다시 돌아가 길을 찾아 보니 조금 더 내려 가서도 까미노 표시가 있다이 길로 가니 샤나로 들어 가는 아치형 다리와 연결이 된다.

 

다리를 건너니 길 건너에 오늘의 숙소인 ‘엘 까미노’ 지트 안내 표시가 있다오후 3시 반경 숙소에 도착하니 다비드가 먼저 와서 쉬고 있다짐을 풀고 샤워를 하고 나오니 아델하이드가 힘들어하며 들어 온다아델하이드도 나처럼 다 와서 길을 헤맸단다.

 

숙소 주인이 여행 중이라 오늘은 주인 친구인 기즐렌(Ghislaine)이 대신 와서 일을 봐주고 있다고 아델하이드가 알려 준다샤워를 한 후 식당으로 가서 따뜻한 차를 마시면서 점심 때 먹고 남은 바게트 샌드위치를 먹으니 기즐렌은 내게 오늘 저녁 먹을 거 아니냐고 묻는다내가 지금 너무 배가 고파 먹는 것이고 저녁도 먹을 거라고 하니 웃는다.

 

엘까미노의 저녁식사가 맛있다고 소문이 나 있는데 기즐렌이 요리를 한다고 해서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하지만 전채로 나온 새콤달콤한 빨간 비트 샐러드는 비트를 좋아하지 않는 나도 맛있어서 많이 먹었다오늘의 주요리는 오븐에 구운 국수 요리다다비드가 채식주의자라서 신경써서 한 요리인 것 같다이어서 나온 후식과 치즈 그리고 와인도 모두 맛있다숙소 주인뿐만 아니라 친구인 기즐렌도 요리를 잘한다.

 

저녁 식사를 하며 다비드에게 스위스 대체복무제도에 대해 들었다. 스위스는 의사가 청년이 군복무에 적합하지 않다는 확인서를 써 주면 대체 복무가 가능하단다다비드도 의사가 군복무에 적합하지 않다고 확인서에 도장을 찍어 주어 도우미로 대체복무를 짧게 했단다그 대신 11년간 수입의 3%를 세금으로 내야 하고수입이 없으면 매년 400 CHF ( 48만 원)을 내야 한단다. 지금도 그는 31세인데 대체복무를 한 댓가로 세금을 내고 있다. 11년 전에는 자신도 잠깐 마약을 한 적이 있지만 다 끊고 티벳 불교를 믿게 되었다는 다비드는 알콜중독자나 마약을 했거나 중범죄를 저지른 21-25세의 청년들이 있는 감옥에서 심리상담사로 2년간 일을 한 경험이 있다이 일을 위해 하루 왕복 6시간을 기차를 타고 일하러 다녔단다.

 

오늘 저녁은 다비드아델하이드와 나 그리고 기즐렌이 함께 먹었다식사 중 대화는 영어불어독일어로 했다다비드는 학교에서 영어를 배웠지만 영어로 말을 한 적이 없어 주로 불어로 얘기를 했다그래도 나 때문에 가끔씩 영어로 서툴게 얘기를 한다쇼몽에서부터 그랬던 것처럼 오늘 저녁도 아델하이드가 내 전문 통역사다언제 집으로 통역비 청구서가 날아 갈지 모른다고 농담을 하면서도 친절하게 통역을 해주어 덕분에 나는 저녁식사 시간의 대화에서 불어 리스닝 수업을 하곤 했다.      

 

맛있는 음식과 즐거운 얘기를 나눈 후 마당을 건너 순례자 숙소로 돌아와서 아델하이드가 내일 갈 옌(Yenne)의 숙소를 아퀠 자꿰어(Accueil Jacquaire)로 정하고 전화로 예약을 했다. 오늘 오후내일도 비가 오면 기즐렌이 차로 옌의 숙소까지 데려다 주기로 해서 맘이 편하다하지만 이틀이나 빗속을 걸었더니 신발도 축축하고 빨래도 잘 마르지 않아 걱정이다다비드는 오늘 오면서 또 길을 잃어 무거운 배낭을 지고 걸어 오는 게 너무 힘들었다며 내일은 이곳에 남아 하루 더 쉬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