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미노- 프랑스 Via Gebennensis

Via Gebennensis: 2. Beaumont - Chaumont (보몽 - 쇼몽)

hadamhalmi 2019. 6. 8. 23:00

 

2019년 6월 8일(토)

 

도보 구간: Beaumont - Cold du Mont-Sion - Charly -La Motte - Chaumont, 24.8 Km (실제 걸은 거리 30 Km)

걸린 시간: 7.5 시간

 

 

오늘도 새벽 4시에 잠이 깼다지붕에 난 창으로 하늘을 보니 바람이 많이 불고 있고 아직 주위는 컴컴하다코를 골며 자는 사람이 있었지만 참을 수 있을 정도의 작은 소리라 다시 눈을 붙인 후 6시에 일어났다배낭을 챙겨 놓고 아래층으로 내려 가니 도미니크(Dominik)와 홀가(Holga)가 커피도 끓여 놓고 아침상을 준비하고 있다오늘 아침 식사는 어제 저녁보다 훨씬 좋다빵은 덜 딱딱해서 먹을만 했고 요구르트우유커피치즈쨈과 마가린을 식탁에 차려 놓았다.

 

오늘은 토요일이고 목적지인 쇼몽(Chaumont)까지는 레스토랑과 상점이 없으니 아침을 든든히 먹었다아침을 먹은 후 지난 밤 같이 잔 순례자들과 사진을 찍었다그리고 오늘 오후에 쇼몽에서 다시 만나자고 인사를 하고 숙소를 나오니 아침 7시다도미니크와 레네와 함께 숙소를 나섰지만 조용히 아침 공기를 마시며 걷고 싶어 혼자 빨리 걷기로 했다이들과 헤어져 풍경을 즐기며 걷고 있는데 뒤에 출발한 홀가가 오더니 오늘은 쇼몽까지 나와 함께 걷고 싶은데 괜찮겠냐고 묻는다나는 하루에 30-40 km를 걷는 홀가보다 걸음이 빠르지 못해 속도를 맞출 수 없을 거라고 얘기하니 오늘은 자기가 내 속도에 맞추어 걷겠다고 한다그래서 나의 목적지인 쇼몽까지 홀가하고 함께 걷기로 했다.

 

4주 전 독일 튀링겐 주에 있는 집에서 출발해 스페인 산티아고를 향해 걷고 있는 홀가는 독일어만 가능하고 걷는 속도가 빨라 혼자 걷다 보니 그동안 순례자들과 말할 기회가 없었던 것 같다나와도 쇼몽까지 걷는 동안 쉬지 않고 얘기를 한다중간에 자기가 말을 너무 많이 해서 걷는데 방해가 된다면 알려 달란다말이 많아 조금 성가시긴 했지만 얼마나 말이 하고 싶었을까 생각하니 조금 안 되 보여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64세인 그는 독일 라이프찌히가 고향이지만 4살 때 형이 천식이 있어 튀링겐 시골마을로 가족이 이사를 했고 지금까지 그곳에서 살고 있단다그 덕분에 식물에 대한 지식이 많다또한 그의 아버지는 교육차원에서 온가족이 일주일에 두 번 전쟁 때 먹던 맛없는 음식을 먹도록 했단다어렸을 때는 맛없는 음식을 주어 불평을 했지만 그 덕에 음식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간호보조사로 43년을 일한 후 4월 말에 정년 퇴직을 한 홀가는 그가 34세 되던 해에 통일이 되었는데 다행이 간호조무사로 일하고 있어서 통일 후 직업을 구하는 걱정은 안 했단다지금 독일 집에는 TV와 인터넷이 없고 책을 주로 읽으며 핸드폰은 Patenkind가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해서 쓰고 있단다쇼몽에서 헤어질 때 보니 Whats APP을 한다홀가는 스위스 까미노길인 야콥스백(Jakobsweg)의 숙박 비용과 물가가 너무 비싸서 280 Km 5일만에 통과했단다엄청난 체력이다

 

길을 가던 도중에 어느 가정집 마당에 빨갛게 익은 체리가 먹음직스럽다홀가는 정원에서 노는 그 집 어린 아이에게 손짓으로 몇 개 따먹어도 되냐고 물으니 처음에는 멋쩍어 하던 어린 아이가 고개를 끄덕거린다그는 몇 개 따서는 자기도 먹고 내게도 건네 준다아이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한 후 체리를 맛있게 먹었다조금 더 걸어가니 이번에는 담장 너머로 체리 나무 가지가 뻗어 있다한 줌 정도 체리를 따서 더운 날씨의 목마름을 해결했다체리가 너무 달지 않고 수분이 많아 맛있다.

 

오늘은 홀가와 속도를 맞추어 걷느라 여유롭게 사진을 찍으며 걷지는 못했지만 그 덕분에 쇼몽까지 30 km를 힘들다는 생각없이 걸었다그런데 얘기를 하며 걷다가 마지막 2 Km를 남기고는 길 표시를 놓치고 다른 방향으로 걸어 길을 잃었다하는 수 없이 지도를 보며 쇼몽으로 길을 찾아 올라 가는데 급경사라 마지막 10분은 너무 힘들다쇼몽 마을을 향해 길을 올라가다 보니 내일 아침에 프랑쥐(Frangy)로 가는 길 표시와 만났다홀가는 처음부터 나와 쇼몽까지만 걷고 프랑쥐까지 3.2 Km를 더 가서 잘 생각이었다그래서 나는 그에게 여기서 헤어져 길 표시를 따라 프랑쥐로 가라고 하니 기어코 나를 쇼몽까지 데려다 주고 가겠단다그래서 땀을 뻘뻘 흘리며 힘든 언덕을 걸어 올라가 쇼몽 마을로 함께 갔다교회에 들어가 기도를 하고 잠시 쉬었다 순례자 패스에 도장을 찍은 후 홀가의 전화번호를 받았다그에게 덕분에 힘들이지 않고 잘 오게 되어 고맙다고 인사를 하니 자기도 즐겁게 걸었다며 한국 돌아가면 꼭 자기에게 연락하란다

 

홀가와 헤어지고 난 후 교회 옆에 있는 오늘의 숙소인 지트(Gite)를 찾아갔다그런데 Gite 표시는 있는데 어디로 들어가야 하는지 입구를 찾기가 힘들어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조금 헤맸다하지만 주위에 물어 볼 사람이 아무도 없다겨우 입구를 찾아 돌계단을 올라가니 큰 돌맹이로 문이 닫혀있다혹시나 하고 돌을 치운 후 겉문을 열고 안쪽의 나무 문을 보니 문에 열쇠가 꽂혀있다어젯밤 도미니크가 전화를 해서 관리인이 문을 열어 놓은 것 같다.

 

오늘도 이 숙소에는 내가 첫 손님이다들어가 내가 잘 침대에 짐을 풀고 조금 쉬고 있으니 숲길을 걸으며 만났던 여자 순례자 한 명이 숨을 헐떡거리며 들어 온다언덕을 올라 오느라 너무 힘들었단다. 71세의 오스트리아에서 온 할머니 아델하이드(Adelheid)이다독일인이고 젊을 때 불어 통역사가 되기 위해 불어를 공부하다 중간에 그만두었지만 불어를 잘 해 며칠 동안 같이 걸으며 불어 통역사로 내게 도움을 주었다. 

 

이곳 Gite의 화장실과 샤워실빨래하는 곳은 숙소 밖으로 나가 돌계단을 내려가야 해 조금 불편하다일단 샤워를 하고 빨래를 해서 널고 쉬고 있으니 쮜리히에서 온 토마스와 라헬이 들어 온다토마스라헬과 함께 오늘 저녁을 먹을 레스토랑으로 가서 식사 예약을 하고 와서 30 Km를 걷느라 지친 얼굴에 팩을 하고 쉬었다조금 있으니 아침에 출발했던 도미니크와 레네가 들어 온다처음 길을 걸을 때 Charly 부근에서 분명 우리 앞에 걷는 것을 봤는데 이상해서 물으니 도중에 길을 잃어 다른 길로 갔다 되돌아 오느라 시간이 많이 지체 되었단다.

 

아침에 Gite에서 나올 때도미니크는 내게 30 Km는 자기들에게 너무 힘들어 도중에 히치하이킹을 해서 차를 타고 올 계획이라고 했었다하지만 길을 걷다 보니 길에 지나가는 차도 없고 히치하이킹을 할 만한 곳이 없는 시골길에 숲길이 대부분이라 30 Km를 걷고 또 길을 잃어 되돌아 오느라 몇 Km를 더 걸었을 테니 얼마나 힘이 들었을지 짐작이 간다.      

 

쉬고 나니 조금 기운이 난다햇살이 뜨거웠지만 혼자서 숙소 건너편 언덕에 폐허가 된 성곽으로 올라갔다지금은 폐허가 된 곳이지만 이곳에 가면 몽블랑이 잘 보인다고 해서 올라갔는데 역시 오길 잘했다야생화가 군데 군데 피어 있고 자연 그대로인 지역인데 건너편 몽블랑과 산 풍경이 멋지다숙소로 돌아오니 도미니크가 오후 6시 반에 Gite 담당자가 숙소로 와서 숙박비를 받을 예정이라 오늘 저녁은 7시에 먹기로 했다고 알려 준다배가 엄청 고픈데 7시까지 기다려야 해서 그 사이 간식을 조금 먹으며 숙소 밖 잔디 밭으로 나가 쉬었다.

 

쉬는 동안에 내일 잘 숙소를 예약하기 위해 토마스에게 도움을 청했다. 쎄셀(Seyssel)에 있는 Hotel Beau Séjour에서 순례자를 위해 저렴한 가격으로 숙소를 제공한다는 Outdoor 책의 안내를 보고 토마스에게 호텔에 전화로 물어 봐 달라고 했더니 하룻밤에 80 유로나 달란다너무 비싸서 포기를 하고 다른 순례자들과 숙소 얘기를 하다보니 마침 아델하이드(Adelheid) Les Côtes에 있는 ‘Gite détape lEdelweiss’에 예약을 할 거라고 해서 내 것도 해달라고 부탁을 했다이곳에서 잔 적이 있는 그녀는 이곳의 과자가 너무 맛있다며 꼭 먹어 봐야 한단다.

 

아델하이드가 Gite détape lEdelweiss’에 전화를 하더니 자기를 포함해서 4명을 예약했다고 알려 준다그런데 조금 후 옆에 있던 토마스도 전화를 했는데 내일은 결혼식이 있어서 예약을 받지 못한다고 했단다. 5분 사이에 예약이 되고 안되는 일이 벌어지니 뭔가 이상했다그래도 Gite détape lEdelweiss’에서 아델하이드에게는 잘 수 있다고 했다니 다행이다 싶었다아니면 Seyssel까지 내려 가서 호텔에서 자야 한다.

 

오후 늦게 스위스 로잔에서부터 걷고 있는 다비드(David)가 마지막으로 들어와 짐을 푼다오늘 Gite에서 자는 순례자는 모두 7명이다오후 6시 반이 조금 지나니 Gite 담당자가 와서 숙박비를 받아간다내일 아침 먹을 빵과 아침 식사 재료에 대한 안내를 받은 후 길 건너 편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기분 좋게 하루의 피로를 풀었다

 

 

 

아침 먹은 후 떠나기 전 기념 사진 찰칵.
홀가는 내게 방목한 가축들이 염분이 부족해 소금 덩어리를 여기저기 던져 놓았다고 알려 주었다. 바위 뒤에 있는 하얀 덩어리가 소금이다.
홀가는 시간이 잘 맞는다며 아직도 이 옛날 시계를 차고 다닌다.
Cascade de Borbannaz
길을 잘못 가서 Chaumont을 뒤편에서 올라 가야 했다.
Gite d’étape rustique

오늘 저녁은 Gite에서 자는 7명의 순례자 모두 레스토랑(Restaurant Auberge du Pralet)에서 먹었다. 작은 마을에 하나 있는 레스토랑인데 다른 지역에서도 손님들이 많이 온다. 음식을 맛있게 해서 그런가보다.

 

내가 먹은 연어 요리와 티라미슈 후식도 맛있었다. David는 티라미슈가 우울함을 꺼낸다는 뜻이라고 알려 준다. David의 티라미슈 설명 덕분에 모두들 후식을 재밌어하며 맛있게 먹었다.

 

티라미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