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a Gebennensis 도보 여행 후기: 2019년 6월 6일부터 6월24일
2019년 6월 7일부터 6월22일까지 16일 동안 스위스 제네바에서 프랑스 르쀠 엉벨레 구간인 Via Gebennensis 길을 걸었다. 한국에서 구입한 Outdoor 책과 인터넷 자료를 바탕으로 계획한 도보 일정은 현지에서 이틀간 걸은 후 하루하루 걸으며 현실적으로 수정되었다. 작년에 걸었던 스위스 야콥스벡(Jakobsweg)과는 달리 이 길에는 길을 걷는 순례자들이 비교적 많았다. 덕분에 최신 숙소 자료를 공유할 수 있었고 순례자들과 교류도 훨씬 많았다.
그래도 걷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지역이라 Via Gebennensis의 GPX 지도는 한국에서 핸드폰에 Maps.me 앱을 내려 받은 후, 예상하는 숙박 시설도 미리 지도에 표시를 해 두었다. 덕분에 캄캄한 밤중에 제네바 공항 근처의 호텔을 찾을 때 큰 도움이 되었고, 까미노 길을 잘못 들었을 때도 곧바로 알아차리고 다시 까미노 길로 되돌아와 길을 잃고 헤매는 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
나는 주로 독일어, 영어로 대화했고, 불어는 완전 초보 수준이라 단순한 것은 듣고 이해하지만 말은 거의 못해서 여행을 떠나기 전 걱정을 많이 했다. 하지만 현지에서 독일어 통역사를 자처한 오스트리아에서 온 아델하이드(71세)와 나의 불어 통역사였던 스위스 청년인 다비드(31세) 덕분에 거의 불편 없이 이번 여행을 마칠 수 있었다. 다비드는 나 때문에 학교에서 배운 영어를 처음 사용했는데 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우리의 외국어 학습과 전혀 다르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두 사람 덕에 어려음은 없었지만 불어를 좀 할 줄 알았으면 언어 공부도 되고 프랑스 문화를 조금 더 많이 경험했을 텐데 아쉬웠다.
16일 동안 지트, 캠핑장, Accueil Jacquaire, Accueil Pélerin, Apprentis d’Auteuil와 유스호스텔 등 다양한 숙소에서 잤고, 그 중 Accueil Jacquaire를 자주 이용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지트가 별로 없어서 불편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거의 모든 마을에 지트가 있었고, 프랑스에 있는 Accuail Jacquare 숙소(순례자를 환영하는 가정집 숙박)에서의 저녁 식사 시간은 매번 아주 특별했다. 각 가정마다 순례자들에게 베푸는 방법은 다 달랐지만 모두들 친절했고, 정성을 다해 순례자를 대하는 모습에 감사했고, 도전을 받았다.
작년의 스위스 도보 여행보다는 비용이 덜 들었지만 그렇다고 이번 프랑스 여행 비용이 그리 저렴하지는 않았다. 이번 여행에서 아침과 저녁을 포함한 숙박 비용은 보통 40 유로였다.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곳에서의 숙박비는 일괄적으로 40유로를 기꺼이 지불했다. 하지만 식당의 음식값과 식품비는 스위스보다 확실히 저렴하다.
작년 스위스 도보 여행 때와는 달리 마을과 마을을 연결하는 공공 교통수단은 택시가 유일 했고 가격도 너무 비싸다. 길을 걸으면서 마을을 지날 때도 주민들을 만나기 어려워 도움을 받기도 어렵다. 하지만 길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친절했다. 대부분 시골의 작은 마을이라 상점이 없고, 상점이 있어도 문 여는 시간을 맞추어 걷는 것이 어려워 물건을 구입하는 것이 무척 어려웠다. 그래서 슈퍼를 지날 때는 한 번씩 들러서 필요한 식품을 미리 구입해 두어야 했다.
프랑스 시골 마을을 걸으니 인터넷 사정이 안 좋을 것 같아 특별히 프랑스 회사의 Orange 유심카드(2주간, 전화 통화 30분 무료)를 사갔지만 기대만큼 원활하게 터지지 않았다. 2주간의 Orange 유심카드 기간이 만료된 후에는 여분으로 가져간 네덜란드 회사의 KPN 유심카드(데이터 전용)를 사용했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대부분의 숙소에서는 WiFi 제공이 되지만 지역에 따라 안 될 때도 있었다.
숙소는 제네바 2박, 도보 첫날 보몽과 마지막 르쀠 숙소만 한국에서 예약을 하고 갔고, 다른 숙소 예약은 보통 하루 전에 하였다. 가끔 숙소 주인에게 숙소 예약을 부탁하기도 했는데 모두들 도와줄 준비가 되어 있는 분들이라 기꺼이 도와 주셨다.
아침과 저녁에는 기온이 떨어져 얇은 거위털 자켓을 입었지만 낮에는 기온이 높아 햇살이 따가울 정도다. 이틀간 선크림을 바르지 않고 걸었더니 팔이 새카맣게 타서 한국에 돌아온 지 2주가 지난 지금도 하얀 껍질이 벗겨지고 있다.
이번 여행에서는 ‘감사가 기적을 일으킨다’는 말씀을 경험한 아주 귀한 시간이었다. 매일매일 감사가 넘치는 하루였고, 그 덕분에 몸은 힘들어도 아주 행복하게 걸었다. 자연 속에서 혼자 걸으며 기도하고 때론 찬송하였고, 또 이 길을 걷고 있는 순례자들을 위해서도 매일 기도했다. 특히 7월 초에 출산 예정인 며느리를 위해, 또 부정맥이 있다는 태아를 위해 기도하며 걸었다. 여행에서 돌아온 지 이틀 후 손주가 태어나 할머니가 되었다. 아기는 태어날 때 건강에 문제가 있어 조금 힘든 과정을 거쳤지만 감사하게도 지금은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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