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파랑길

남파랑길 39코스: 물건마을 - 창선교

hadamhalmi 2020. 3. 29. 22:31

2020년 3월 29일(일)

 

도보 구간: 물건 마을 – 물건방조어부림 - 동천 남해청소년수련원 - 전도마을  삼동면사무소 - 창선교, 11.0 Km

걸린 시간: 2시간 20분

 

 

독일 마을에서 바닷가로 나오니 아주 멋진 물건방조어부림이 있다. 이곳이 5코스 종점이지만 이제 겨우 오후 4시다. 조금 전 샌드위치도 먹어 힘이 생겼고 숲이 좋아 계속 걷기로 했다. 숲을 지나 마을 주민에게 다음 동천 마을에 가면 식당이 있는지를 물은 후 얼마나 걸리냐고 물으니 20분 정도란다. 그 말만 믿고 걷다 중간에 저녁을 먹을 곳도, 잠을 잘 숙소도 없어 결국에는 남파랑길 39코스인 물건마을부터 삼동 면사무소까지 걸어야 했다.

 

걷는 도중에 친구가 갑자기 무릎보호대를 독일마을에서 잠깐 머문 '쿤스트 베이커리'에 떨어 뜨리고 왔다고 하길래 확인하기 위해 전화를 했다. 혹시나 있으면 서울 집으로 택배로 부쳐달라고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친절하게도 전화를 받은 직원은 확인 후 남해에서 잘 거면 숙소를 정한 후 알려 주면 가져다 주겠단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둔촌 마을을 지나 큰 도로를 따라 걷다 남해 청소년수련원으로 가는 길에는 신호등이 없어 아주 위험하다. 도보 여행자는 길이 휜 언덕에서 속도를 내서 내려 오는 차량을 보기에는 시야가 제한적이라 차도를 건널 때 특별히 주의를 해야 한다. 친구와 함께 어렵게 길을 건너니 차량 조심이라는 남파랑길의 작은 표시판이 하나 세워져 있다. 길을 건넌 후 남해 청소년수련원을 지나며 청소년수련원쪽으로 들어 가라는 표시를 못 보고 지나쳐 잠깐 알바를 하고 다시 도보길을 찾아 남파랑길로 들어 섰다. 해지기 전에 삼동면사무소까지 걸어야 하니 맘이 바쁘다.

 

드디어 우리의 목적지인 지족에 도착하니 날이 어둑어둑해진다. 눈에 띄는 한 스파게티 식당에 들어가니 직원이 나오더니 오늘 재료가 다 떨어져 먹을 수가 없단다. 할 수 없이 식당을 나와 이 직원의 안내대로 삼동 면사무소쪽으로 걸어 가다 보니 버스 정류장 앞 한 식당에서 멸치 쌈밥을 하길래 친구와 들어가서 식탁에 앉고 보니 이곳은 동네 맛집이다. 알고보니 '맛있는 녀석들' 프로그램에도 소개된 유명한 식당이다. 음식을 기다리면서 우리의 위치를 보기 위해 지도를 보니 이 식당 맞은 편이 삼동 면사무소다. 

 

비린맛 때문에 걱정을 하던 친구는 멸치 쌈밥을 아주 맛있게 먹는다. 우리가 동해안에서 먹었던 멸치 음식과는 차원이 다르게 맛이 있다. 시래기도 구수하고 누룽지도 구수하다. 저녁을 먹고 나니 날이 어두워졌다. 이젠 숙소를 찾는 일이 시급하다. 식당에서 알려 준 숙소는 조금 멀어서 카카오 지도를 보니 창선교 건너에 평이 괜찮은 게스트하우스가 있다. 게스트하우스에 안 좋은 인식을 갖고 있는 친구를 설득해 창선교를 건너 '남해 명품게스트하우스'로 갔다. 코로나 여파로 오늘 손님은 우리 두 사람 뿐이다. 2인실 방보다는 4인실 방을 둘이서 편안하고 넓게 사용하는 게 나을 것 같아 4인실 방으로 선택했다. 

 

방을 정한 후 식당으로 내려가 방값을 지불하면서 주인 아저씨에게 내일 걸을 길에 대한 안내를 받았다. 주인 아저씨는 남해 지도를 펴 놓고 도보를 마치는 적량에서는 남해 보다는 사천으로 나가는 것이 더 빠르다고 알려 주신다. 내가 해당 마을의 버스 시간표를 물으니 친절하게도 알아본 후 밤에 문자로 보내 주셨다. 아침 식사 시간은 보통 8-9시인데 우리가 조금 일찍 떠나고 싶다니 아침 7시 반에 준비해 주신단다. 어제 저녁 경험한 불친절한 목욕탕 할아버지와는 배려해 주시는 차원이 다르다.

 


 

 

 

이곳은 차도를 건널 때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아주 위험한 곳임.
멸치쌈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