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랑길

서해랑길 83코스: 인주공단교차로 - 삽교천 시외버스터미널

hadamhalmi 2022. 12. 24. 11:42

2022년 12월 22일(목)

도보 구간: 인주공단 교차로(밀두리 버스정거장)  - 삽교천 방조제 - 삽교천 시외버스터미널, 5Km
걸린시간: 1시간 10분

 

이번 주 화요일 오후에 맞은 대상포진 싱그릭스 백신은 이틀이 지났는데도 미열이 계속 있어 자기 전 타이레놀 한 알을 먹고 잤더니 다행히 아침에는 미열이 사라졌다.그래도 땅땅하게 부어 오른 팔 근육은 아직도 많이 아프다. 서해안에 폭설이 내린다는 일기예보가 있었지만 오후 4시 이후에 눈 예보가 있고 아픈 몸으로 집에 있으면 누워만 있을 것 같아 계획한 대로 83코스를 걷기로 했다. 아침에 평택 딸아이집을 나설 때는 영하 7도의 추운 날씨였지만 햇살이 비추는 맑은 날씨였다. 평택시외버스터미널에서 밀두리 가는 9시 버스를 타고 가는데 안중을 지나가니 가는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다. 9시 50분에 밀두리 버스정거장에 내렸다. 오늘은 83코스를 역방향으로 걷는다.

인주공단 교차로 시작점에서 삽교천 방조제로 가는 길에는 눈이 제법 쌓여 있어 미끄러워 조심해서 걸었다. 삽교천 방조제로 올라가는 입구로 나가려는데 갑자기 여러 마리의 개들이 짖기 시작해 깜짝 놀랐다. 개들이 짖는 길을 지나면 바로 방조제로 올라가지만 개들이 무서워 되돌아와서 차로로 내려가 잠시 갓길을 따라 걸어 방조제로 올라 갔다.    

삽교천 방조제를 걸어 가는데 오락가락 하던 눈발이 점점 세지기 시작한다. 눈이 너무 많이 내리면 계획했던 83코스 역방향 종점인 복운리 나눔의 숲까지 가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당진 시외버스터미널로 가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 마침 삽교천 시외버스터미널에서 평택으로 가는 버스도 오전에는 11시 5분과 11시 35분  두 편 밖에 없다. 삽교호 방조제를 빠져나와 삽교호 관광지로 꺽어지는 길에 있는 '64-6 코스 종점'이라는 서해랑길 표시를 본 후 도보를 중단하고 평택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서해랑길에서 시외버스터미널까지는 걸어서 3분 정도 걸린다. 부지런히 걸어 터미널로 들어가니 무인 발매기 앞에 서서 버스를 기다리던 한 여자분이 계신다. 이 분의 도움을 받아 무인발매기에서 11시35분 발 평택가는 버스표를 구입했다. 아직 11시 5분 버스가 도착하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 무인발매기에서 11시 5분 버스표는 살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30분 정도 기다리기로 했다.

그런데 밖에서 11시 5분 발 평택행 버스를 기다리시던 한 아주머니가 일부러 안으로 들어와서 내게 자기를 따라와 이것 좀 보라신다. 아주머니를 따라가니 버스를 타려고 기다리던 곳에 있는 '현금이나 카드로도 버스를 탈 수가 있다'는 안내 표시를 가리킨다. 내가 11시 5분  버스를 탈 생각을 하자 차표 구입을 도와 주었던 여자분은 무인발매기에서 산 승차권의 현장 발권취소가 어렵다며 환불 받는 방법을 알려 주기 위해 버스판매소 창구로 날 데리고 간다. 다른 곳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던 이 분은 추운 날씨에 귀찮을 텐데도 참 친절하시다. 역시 시골 사람들 마음은 참 따뜻하다.

따라간 승차권 판매소에는 무인발매기에서 승차권 구입 후 환불을 원하면 이름과 핸드폰 전화번호를 적어 매표소 창구 입구에 넣고 가라고 안내되어 있지만 아무리 보아도 넣을 곳이 눈에 안 보인다. 추운 날씨에 30분을 기다리기 보다는 그냥 늦게 오는 11시 5분 버스 기사에게 혹시 버스를 타고 가도 되는지 물어 보기로 했다. 안 되면 환불은 포기하고 현금을 내고 버스를 타는 수밖에. 11시 10분 경에 도착한 버스 기사에게 11시 35분 버스 승차권을 구매했는데 이 버스를 타도 되는지 물으니 승차권이 있으면 타도 된단다. 그러면서 아까 평택에서 9시 버스 타고 밀두리에서 내린 사람 아니냐고 나를 알아 보신다. 맞다고 하니까 여기까지 빨리도 걸어 왔다고 말씀하신다.

버스 기사님은 당진까지 갔다가 돌아오시는 길이고 나는 밀두리에서 삽교천 시외스 터미널까지 걸어와서 만난 것이다. 2시간 전에 처음 알게 된 사람이지만 친절한 사람을 다시 만나니 반갑다. 오늘 삽교천 시외버스터미널에서는 친절한 두 여자분 덕분에 편안하게 도보를 마칠 수 있었다. 오늘 아침에 몸도 안 좋은데 추운 겨울날 걸으러 간다는 딸아이의 잔소리를 들으며 집을 나왔지만 그래도 집을 나왔으니 길을 걸으며 이렇게 마음씨 따뜻한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길을 걸으며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해 달라고 한 기도가 이루어져 그저 감사할 뿐이다. 

 

이 자그마한 나무 숲에 개집이 4-5개는 있나 보다.
여기를 넘어 차도를 따라 잠시 걸어야 한다.
'서해랑길 64-6 코스 종점'? 난 83코스를 걷고 있는데... 일단 오늘은 여기서 도보를 마치기로 했다. 여기서 차도를 건너면 삽교천 시외버스 터미널이다.
삽교천 시외버스터미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