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박 6일 일정으로 떠난 제주 올레.
오늘은 느긋하게 12시 비행기를 타고 제주에 가서 제주시를 둘러보기로 했다. 제주 공항에서 300번을 타고 한라 수목원으로 갔다.
한라 수목원 입구에 있는 안내소에서 수목원 안내 자료를 받으면서 무거운 배낭을 두고 가도 되겠냐니 고맙게도 흔쾌히 그러시란다. 덕분에 홀가분하게 광이 오름으로 올라갔다.
버스를 타고 숙소인 '금릉 게스트하우스'로 가기 전에 마침 제주 오일장이 서는 날이라 제주 오일장에 가기로 했다. 수목원 앞에서 버스를 타려니 30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조금 번화한 곳으로 나오면 버스가 있을 것 같아 걷기로 했다. 한 정거장을 걸어 나와 지나가는 할머니에게 물으니 그냥 기다렸다가 300번 타고 나가라신다. 갈아타도 괜찮다고 하니 한 정거장 더 걸어가 버스를 타고 한라병원 앞에서 갈아 타란다.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세 분에게 다시 한 번 길을 물으니 나를 도와주려고 모두가 열심히 의견을 나누신다. 20번 버스를 타고 한라병원에서 내려 길을 건너서 오일장 가는 버스를 타려고 앉아서 기다리는데 옆에 앉아 계신 할머니가 뜬금없이 내 나이를 물으신다. 나이먹은 사람이 무거운 배낭을 메고 여행하는 게 이상했나 보다. 내가 타고 갈 37번 버스가 오니 이것을 타고 가라고 친절히 안내해 주신다.
오늘은 장날이라 오일장 버스 정류장이 복잡하다. 버스에서 내리니 사람들이 오른쪽과 왼쪽으로 나뉘어서 장터로 간다. 어물쩍거리는 나를 본 나이 드신 할머니가 오른쪽으로 가야 빠르다며 따라 오란다. 여기선 연륜이 중요할 것 같아 할머니와 한 젊은 아주머니를 따라 갔다.
한 때 물질도 하셨다는 제주도 할머니는 아들하고 서울에 사시다 아들이 전근을 와서 제주로 다시 내려오셨는데 서울은 못 살으시겠단다. 낯선 곳에서도 이렇게 좋은 분들과 사는 얘기를 하며 길을 걸을 수 있다는 게 너무 감사하다.
시장 구경을 하고 나와 오일장 버스정류장에서 서부일주회선 버스를 타고 한 시간 정도 오는데 해가 진다. 유난히도 빨간 해가 지는데 내가 보고 싶어하는 노을 풍경은 오늘도 보기가 힘들다. 한 시간 정도 걸려 한림공원 다음 정류장인 금릉 해수욕장에서 내리니 날이 어둑어둑하다. 태어나 처음으로 경험하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이틀 밤을 잘 보내야 할텐데 조금 걱정이다.
인터넷에서 본 대로 내가 묶을 방에서 바라보는 풍광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끝내 준다. 8명이 자는 방에는 이층 침대 4개가 놓여 있다. 개장한 지가 얼마되지 않아 이곳의 침대는 깨끗하고 마루 방바닥은 뜨끈뜨끈하다. 비양도를 바라 보이는 커다란 창가의 책상 위에는 컴퓨터도 있다.
내일은 비양도를 갔다 나와 15코스를 걸을 계획이다. 금릉 게스트하우스 사장님께 내일 비양도에서 12시 픽업을 부탁드리려고 내려 갔더니 바베큐 파티를 하느라 사람들이 가득하다. 그런데 내일 비양도 가는 사람이 나뿐이란다. 내일 아침 9시 배를 타고 들어가려면 아침 7시부터 걸어서 한림항으로 가야 하니 비교적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하지만 바베큐 파티를 하는 사람들의 소리가 윗 층까지 들려 잠을 잘 수가 없다. 새벽 2시까지 방을 들락거리는 아이들의 움직임이 나를 괴롭힌다. 이것도 경험이려니 하고 이틀을 잘 견디기로.
한 방을 같이 쓰는 사람들 모두 친절하고 예의 바르다. 소등 시간은 밤 10시라는데 새벽까지 들리는 소리가 한 가지 흠이다.
수목원을 나와 버스를 타고 제주 오일장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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