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도보 여행

거문오름 - 여름

hadamhalmi 2009. 7. 10. 22:36

 

 

세화의 집 아저씨 차를 타고 거문오름으로 출발.

97번 도로는 지난 번과는 달리 확장 공사 중이라 교통 흐름이 좋지 않아 10시 탐방 시간에 늦을까 조금 걱정이 되었지만 다행히 9시 40분 경에 도착해 여유가 있었다. 10분쯤 지나니 관광 버스 한 대가 들어 오며 사람들이 내린다.

 

지난 번처럼 관광객들과 같이 탐방을 하면 불편할 것 같아 걱정을 하고 있는데 마침 관광객들은 따로 안내를 하신다며 미리 올려 보내신다. 10시가 되었지만 길을 못 찾는 분들이 있으니 10분 늦게 출발한다고 양해를 구하신다. 15분이 지나도 오질 않아 우리 먼저 떠나 탐방로에 들어서니 4명인 한 가족이 곧 뒤따라와 우리와 합류를 하였다.

 

거문 오름 탐방 후 거문오름 사무소 뒤편에 있는 식당에서 고기국수를 점심으로 먹으려던 계획이었는데 구수하고 재미있게 해설해 주신 분이 추천하는 미례 식당으로 가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5,000원짜리 정식인데 아주 신선하고 맛있고 리필도 된단다. 

 

슈퍼를 겸한 식당에 도착하니 해설사가 추천한 식당에 갔다가 두 대의 자동차가 되돌아간 이유를 알겠다. 우리는 다른 선택이 없어 이곳에서 밥을 먹기로 하고 안으로 들어가니 허름하고 조촐하다. 지난 번 방문 때는 서울에서 내려 오신 해설사 아저씨의 추천으로 거문오름 사무소 뒤편의 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그곳은 식당 내부나 음식도 제법 깔끔했지만 오늘 제주도 분이 알려 준 이 식당은 허름하다.

 

주문을 하고 앉으니 반찬을 내오는데 조금 심란하다. 신 김치와 소박한 반찬이 전부다. 조금 있으니 돼지고기 수육과 당면과 감자를 넣고 만든 닭요리가 나온다. 큰 접시에 담겨져 나온 닭 요리는 양이 너무 많아 빈 접시를 달라고 하여 먹을 만큼만 덜었다. 어차피 나온 음식이니 맛있게 먹을 수밖에. 하지만 보기와는 달리 가져 온 수육과 닭 요리는 맛있게 잘 만들었다. 특히 수육은 담백하다.

 

풋고추도 된장도 한 번 더 달라고 하니 아저씨는 여린 배추를 씻어 다 주시며 미리 주실 걸 그랬다며 미안해 하신다. 처음 식당에 들어설 때와 음식이 나올 때의 느낌과는 달리 차려진 음식을 맛있게 먹은 후 커피도 한잔씩 마시고 나오며 버스 정류장을 물으니 아저씨는 친절하게 안내를 해 주신다. 그래도 순수하게 제주도의 시골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기회였다.

 

점심을 먹은 후 함덕초등학교 선인 분교장을 둘러 본 후 버스 정거장이 있는 선홀 2리 버스 정거장으로 걸어 나왔다. 제주시로 들어 오는 버스를 타고 오는 길에 너무 피곤해서 졸던 친구는 빨간 모자를 버스에 두고 내렸다.

 

친구가 두고 내린 모자를 찾으러 간 사이 의자에 앉아 기다리는데 바람이 얼마나 센지 선풍기도 없는 이곳이 시원하다.

 

친구를 기다리다 갑자기 두 시간 전에 같이 거문오름을 탐방했던 한 청년을 이곳에서 만났다. 서로 깜작 놀라 쳐다 보며 인사를 하고는 각자의 경로를 얘기하는데 서울서 온 이 친구는 누나와 함께 내려와 한달간 이곳에 머물 예정이란다. 세상 한 번 좁다.

 

어렵게 모자를 찾아 온 친구와 계획대로 해수 사우나를 하러 해미안으로 가던 중 해미안은 택시로 20분이 더 걸린다는 기사 아저씨의 말씀에 해수 사우나지만 정수해서 나와 물이 좋다는 탑동 해변가의 한 사우나로 가기로 계획을 수정했다.

 

사우나를 하고 나와 택시를 타고 공항에 도착하니 오후 5시 30분이다. 저녁 8시10분 비행기를 타기 위해 짐을 부치는데 서울의 날씨가 나빠 비행기가 40분 정도 늦게 출발할 거란다. 저녁을 먹으러 식당가로 가니 식당 앞에서 벌어지는 호객 행위가 눈에 거슬린다. 국제공항에서 호객 행위를 하다니.

 

원래 저녁 6시 경의 비행기를 예약했지만 항공사 사정으로 다음 비행기로 미뤄졌는데 40분 늦게 출발할 거라니 짜증도 났지만 날씨 때문이라니 오늘 안에 서울에 갈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이 든다. 결국 비행기는 9시10분이 되어서야 제주공항을 출발했고 서울에 도착해 가방을 찾아 나오니 10시 30분이다.

 

전날 비가 많이 왔고 오늘도 비가 많이 내려 비행기 출발이 늦어진 터라 우리가 서울에 도착할 때는 비가 오지 않기만을 기대했는데 다행히 비가 그쳐있다.

 

리무진 버스는 11시에 있고 혼자 기다리기 싫어 친구와 함께 지하철을 탔다. 5일간 함께한 친구와 작별을 하고 영등포 구청에서 내려 2호선으로 갈아 타고 잠실에서 내려 집에 도착하니 새벽 12시15분이다.

(그런데 집에 와서 두고 간 핸드폰을 보니 이스터 항공사에서 비행 시간이 늦어질 거라고 보낸 문자가 여러 개나 들어 있다.)

 

 

 

 새로 지은 거문오름 사무소. 이전에는 마을 회관을 빌려서 사무소를 운영했는데 드디어 자체 사무소를 마련하여  일하시는 분들이나 탐방객들이 훨씬 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늦게 오는 팀을 기다리다 사무실 뒤편을 바라보니 파란 하늘이 언뜻 보인다. 오늘은 날씨가 맑으려나... 하지만 해설사는 비가 올 지 모르니 우비를 갖고 가라고 권하신다. 
산수국
서울 강남구에서 온 두 부부, 누나와 함께 온 청년 한 명, 뒤늦게 온 4명의 가족 그리고 우리 둘 이렇게 12명이 오늘의 거문 오름 탐방팀이다.
 거문오름 정상에서 바라 본 한라산은 구름에 가려서 보이지 않는다. 바람이 얼마나 센지 해설사의 말이 들리지 않는다.
멀리 보이는 세 개의 송전탑 아래에 벵뒤굴이 있단다. 세계자연문화유산 등재 이전에 송전탑을 세웠을텐데 세심한 자연 보존 정책이 아쉽다.
 거문오름 분화구 가운데 부분이 알오름. 이곳은 기가 아주 센 곳이란다.
 큰잎 천남성
큰잎 천남성 열매. 다 익으면 빨갛게 변한다.
 팽나무를 타고 올라간 송악덩쿨
숯가마터
 큰잎 천남성 자생 군락
 일본군 동굴진지
풍혈(숨골) 에어콘 바람보다 시원하다. 더위를 식히려고 앉아 있던 사람의 안경에는 하양게 김이 서렸다.
 화산탄과 스콜리아
거문오름 보존을 위해 테크를 만드는 중. 지난 4월에는 흙을 밟으며 걸어 다녔는데 테크 위를 걸으니 느낌이 다르다. 하지만 자연 보존을 위해서라니 따를 수밖에.
탐방을 마치고 돌아 가는 길.
수정이 끝난 산수국(도체비 고장이)
 탐방 코스 길목의 어느 가정집 앞에 피어 있는 꽃.
흰 도라지꽃과 거문오름. 사진을 찍고 돌아 서는데 우리와 함께 탐방을 했던 두 팀의 자동차가 미례식당을 갔다 되돌아 나간다.  이 사람들도 해설사의 추천으로 미례식당을 찾아 갔는데 무슨 일이지?
함덕초등학교 선인 분교장. 거문 오름 사무소의 다른 해설사 한 분이 미례식당 옆에는 제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분교가 있으니 밥을 먹고 꼭 구경하고 가라신다. 들꽃도 많이 있다며.

 

밥을 먹고 나오며  해설사의 말대로 기대를 잔뜩하고 식당 맞은 편의 선인분교장 뒷길을 통해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잔디가 깔린 운동장은 아담하고 예쁘다.
해설사가 말씀하신 들꽃 나라.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다른 곳보다 관리에 정성을 쏟은 것을 느낄 수 있다.
제주시 시외버스터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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