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미노-스위스길(Jakobsweg)

스위스 까미노: 11. 툰 - 암졸딩겐 - 바텐빌 - 뤼에기스베르그

hadamhalmi 2018. 6. 20. 20:12

6 20(), Thun Amsoldingen - Wattenwil Riggisberg Rüegisberg, 25 Km, 9시간

(Wattenwil에서 Rueggisberg까지는 버스 이동)

 

 

어제 저녁, 잘 때는 발바닥에서는 불이 났지만 자고 일어나니 발바닥이 훨씬 편하다오늘 날씨는 맑고 창문 너머 보이는 설산에 비치는 아침 햇살이 너무 아름답다.

 

떠날 준비를 마친 후 로즈비타와 함께 아침을 먹으러 교회 마당으로 가니 마르셀이 벌써 아침식사를 준비해 놓았다나는 배낭에는 있는 4개의 납작 복숭아 중 2개는 오늘 걸으며 먹을 간식으로 챙기고, 2개는 아침 식사 때 함께 먹으려고 가지고 내려 갔다아침을 먹으며 마르셀은 나보고 토요일에 꼭 제네바 음악 축제에 가보라고 또 권한다어제 오후에도 24()에 제네바에 도착하는 내 일정을 보더니 제네바 도시 음악 축제에 대해 설명을 하며 너무 괜찮은 프로그램이니 꼭 가봐야 한다고 했는데 또 얘기를 한다아침 햇살이 내리 쬐는 야외 식탁에 앉아 느긋하게 담소를 나누며 아침을 먹고 나니 벌써 8 40분이다. 이곳은 아침식사 후 숙박비를 지불한다숙박비는 기부금이라고는 하지만 기본 20 CHF에 순례자가 기부금 형태로 돈을 더 내는 방식이다나는 친절하고 편안한 숙소가 맘에 들어 40 CHF을 냈더니 마르셀이 아주 고마워한다하지만 충분히 40CHF을 받을 만한 숙소이다

 

마르셀은 마지막으로 툰 지역에 4번 까미노 길 표시가 없으니 노란 도보 길 안내 표시를 따라 걸어야 하고, Gwatt를 지나고 Gwattegg에 가야 까미노길 표시를 다시 볼 수 있을 거라고 알려 준다그러면서 마르셀은 지금 툰에도 4번 까미노 표시를 설치하는 것에 대해 지역 담당자와 협의를 하고 있다고 친절하게 얘기해 준다마르셀과 작별 인사를 나눈 후 로즈비타와 함께 툰 역을 향해 걸었다.

 

툰 역을 지나 한참을 툰 호숫가를 따라 걸어갔는데 공사 중이라며 돌아 가란다툰 역까지 다시 돌아 가야 하는 줄 알았는데 다행히 중간쯤에 기차길을 넘어 건너편 길로 갈 수 있었다. 어제 배를 타고 보았던 툰 호수의 풍경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호수의 풍경이 아주 멋지다아이거묀헤 그리고 융프라우요흐가 뚜렷하게 보인다. 툰을 지나 호숫가를 따라 걷는데 물 위에 무대 설치를 하는 근로자들이 꽤 많다. 할아버지가 옆에 계시길래 무슨 무대를 짓고 있냐고 물으니 '맘마미아' 무대란다. 알프스 봉우리들을 배경으로 호수 위 무대에서 하는 '맘마미아' 공연 기획을 한 사람의 아이디어가 신의 한 수인 듯하다. 호수를 지나 언덕을 힘겹게 올라가니 아침 식사 때 마르셀이 말한 것처럼 Gwattegg에 드디어 4번 까미노길 표시가 보인다. (이 표시는 Spiez에서 오는 까미노길과 연결된 것이다.)

 

Amsoldingen에 도착해서는 식당에 들어가 점심을 먹으려고 하는데 월, 수요일에는 문을 닫는다고 쓰여 있다할 수 없이 교회 앞 샘물이 있는 쉼터에서 각자 가지고 있는 음식으로 간단히게 점심을 먹고 충분히 쉰 후 배낭은 쉼터에 맡겨놓고 교회로 갔다. Amsoldingen 교회는 개혁교회인데 내부는 소박하고 돌로 지은 건물이라 아주 시원하다순례자 패스에 도장을 찍고 나와 Blumenstein을 향해 계속해서 길을 걸어 갔다걸어 가는 내내 아이거묀헤 그리고 융프라우요흐가 뚜렷하게 보인다로즈비타는 이 세 봉우리를 학교에서 늘 배웠기 때문에 이 봉우리들은 확실히게 안다고 했다.

 

Blumenstein으로 가는 길에 주인 없는 체리나무가 있어 로즈비타와 즐겁게 몇 개 따먹고 Wattenwil을 향해 걸었다햇살은 뜨겁고 발바닥 물집 통증도 있고 몸도 피곤해 로즈비타에게 Wattenwil로 가는 길에 있는 다리 밑 시냇가로 내려가 냇물에 발을 담그고 가자고 얘기를 하니 아주 좋다고 한다나는 얘기가 끝나자마자 다리 위에 배낭을 내려두고 가시나무를 피해 다리 아래로 조심해서 내려가 바위에 앉아 신발을 벗고 발을 담그고 있는데 로즈비타는 맨발로 씩씩하게 내려오더니 냇물 중간으로 성큼성큼 들어간다냇물 깊이야 발목까지 차는 정도지만 물살이 세고 물은 차갑다로즈비타는 처음에는 아주 즐거워하더니 조금 있으니 발이 시려서 더 있을 수 없겠다며 다리 위로 올라 간다그래도 나는 혼자 다리 밑에서 조금 더 쉬다가 올라갔다이런 경험을 생각하지 못했던 로즈비타는 길을 걸으면서도 냇가에 발을 담군 건 아주 좋았다고 계속 얘기를 한다


걸어 가면서 로즈비타에게 내 발 통증이 심한데 Wattenwil에서 버스를 타고 가는 게 어떻겠냐고 물으니 자기도 힘이 드니 Riggisberg까지 버스를 타고 가자고 한다. 그런데 길을 걷다 보니 아무래도 난 더 걷지 못할 것 같아 Riggisberg에서 Rüeggisberg 가는 길이 언덕길이라 버스를 타는 김에 그냥 Rueeggisberg까지 버스를 타면 안 되겠냐고 하니 너무 반가워하면서 그렇게 하잔다. 30분 정도 더 걸어 가니 드디어 Wattenwil이다. Wattenwil에 도착해 Riggisberg 가는 버스 정류장을 물어 찾아 가는 길에 Café가 있다. 우리는 날씨가 너무 더워 일단 시원한 음료를 마시면서 쉬어 가기로 했다.

 

파라솔이 있는 Café 야외 탁자에 앉아 아이스커피를 시켰더니 우유를 넣은 차가운 커피음료를 가져온다. 내가 커피에 우유를 넣지 말고 얼음을 넣은 아이스커피를 원한다고 하니 주인 아주머니는 그렇게는 안되고 커피는 뜨거운 커피를 마셔야 한단다무슨 이런 경우가. 로즈비타도 불친절한 아주머니의 행동에 대해 불쾌해 하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씩씩거린다주인 아주머니의 손님 대하는 방식이 아주 불쾌해서 우리는 팁 없이 각자 먹은 음료값만 지불하고 나왔다

 

Riggisberg로 가는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니 젊은 청년 한 명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우리가 Riggisberg를 거쳐 Rueeggisberg로 가려고 한다니 이 청년은 친절하게도 버스앱에서 찾아 Riggisberg에서 갈아탈 버스 시간표는 찾아 알려준다. 청년은 다른 곳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떠나고 로즈비타와 버스정류장에 앉아 있는데 15:49분경 Riggisberg 가는 Postbus가 건너편 정류장에 멈춰 선다. 그러더니 여자 운전기사가 문을 열고 우리에게 어디 가냐고 묻는다. Riggisberg에 가서 Rüeggisberg가는 버스를 갈아타려고 한다니 먼저 자기 버스를 타고 Riggisberg에 가야 한단다급하게 길을 건너 감사 인사를 하고 버스를 타고 자리에 앉았다버스가 가는 길을 보니 Riggisberg까지 버스를 타기로 한 결정은 정말 잘했다계속 오르막 길이다버스는 11분 걸려 Riggisberg의 작은 버스 터미널에 도착할 즈음 버스 기사가 우리가 타고 갈 Rüeggisberg가는 버스가 터미널에 서 있다고 알려 준다이 버스는 17 28분에 떠난다. 정말 친절하고 고마운 기사다

 

로즈비타는 오늘 숙소를 예약해 놓지 않아 도보를 하며 중간에 내가 잘 Rüeggisberg 민박집에 전화를 걸었지만 손님이 다 차서 못 받는다는 답변을 받았다하는 수 없이 오늘 밤 90 CHF을 주고 Peter Schwander Gasthof zum Baeren에서 자기로 했다.

 

Rüegisberg로 가는 버스 기사에게 우리가 어디서 내려야 할 지를 물으니 로즈비타는 호텔 앞에서 내려야 하고 나는 한 정거장 더 가서 내리라고 알려 준다. 내일 아침 8시에 로즈비타 숙소 앞에서 만나기로 하고 기사의 안내대로 로즈비타가 내리고 난 후 나는 한 정거장 더 가서 내렸다숙소를 찾아 가는 길에 슈퍼에 들려 초콜릿음료, 요구르트와 사과를 사가지고 민박집을 찾아 가니 젊은 주인 아주머니가 반긴다내가 슈퍼에서 장을 봐 온 것을 보시더니 그렇지 않아도 오늘 음식점이 문을 닫아 걱정했는데 잘 했단다

 

주인 아주머니가 방으로 안내하는데 침대가 두 개다그래서 누가 또 오냐고 했더니 오늘 손님은 나 혼자이니 편히 쉬라고 하신다그러면서 다른 사람을 받으면 불편해서 한 사람만 받은 것이라고 얘기하신다. 자기 식구들은 2층에서 생활을 하고 부엌을 사용할 때만 내려 오니 내가 지내는 동안 1층을 편하게 이용하라고 얘기하신다. 배낭을 내려 놓고 깔끔하게 손질한 침대를 살펴보니 베개 위에 성경 구절과 초콜릿이 놓여 있다.    

 

민박집 숙소는 아주 좋다경치 좋은 1층 발코니 식탁에 앉아 가져간 컵누룽지와 요구르트 그리고 납작 복숭아로 저녁을 먹고 있는데 딸아이를 데리고 퇴근해서 들어 온 주인 아저씨는 야외 블라인드를 걷어 주시면서 블라인드 올려야 경치를 보기 더 좋단다식사 후 방에 들어가 발바닥 물집을 치료하고 쉬고 있는데 아주머니가 방을 두드리신다. 나가보니 자기 엄마에게 내 발바닥 물집 얘기를 했더니 스타킹이 부드러워 물집이 덜 아플 수 있다고 했다며 손에 발목 스타킹을 가지고 있다. 그러면서 필요하면 쓰란다. 스타킹이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을 줄 알지만 마음이 너무 고맙고 따뜻해서 감사히 잘 쓰겠다고 아주머니에게 감사 인사를 드리고 스타킹을 건네 받았다. (다음날 아침 스타킹을 신고 2시간 정도 걸었는데 예상 대로 별 효과는 없었다.) 

 

어제 툰 카메라 상점에 다녀온 이후 내 카메라는 또 다시 카메라 렌즈가 완전히 닫히지 않는다. 동시에 카메라 전원을 켜도 액정 화면이 먹통이다. 내 카메라는 과부하가 걸렸는지 자기가 원할 때만 작동을 해서 제대로 원하는 사진을 찍을 수 없어 하루 종일 무척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