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21일(금)
도보 구간: 가천다랭이 마을 – 월포, 두곡 해수욕장 – 미국마을 –화계 – 원천 - 벽련마을, 17 Km
걸린 시간: 9시간
어젯밤 바래길 1코스를 걷고 숙소에 들어갔을 때는 방바닥이 차서 추웠는데 자고 일어나니 방바닥이 절절 끓는다. 덕분에 따뜻하게 잘 잤다. 어제 남해터미널로 버스를 타려고 가는 길에 산 떡과 가져 간 과일로 간단하게 아침을 먹은 후 짐을 챙겨 식당으로 건너 가니 숙소 주인들이 다 그곳에 있다. 먼저 오늘 하루 종일 마실 뜨거운 물을 보온병에 담았다. 숙소 주인들에게 잘 머물렀다고 인사를 드리고 나니 아침 8시다. 어제 도보를 마친 곳으로 내려가서 1코스의 끝 부분을 걷고 나서 2코스인 앵강 다숲길을 이어서 걸었다.
가천 다랭이 마을에서 홍현 해우라지 마을로 넘어가는 3.5 km의 구간은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된다. 이 짧은 구간에서 힘을 다 빼서 월포 해수욕장에 도착했을 때는 우리 둘 다 기운도 없고 배가 고팠다. 그래서 가는 길에 밥 먹을 식당을 찾았지만 걷는 길에는 식당이 없다. 쵸콜릿으로 대충 기운을 차리고 월포 해수욕장을 지나 두곡 해수욕장 근처로 가니 식당이 몇 개 보이는데 불빛이 안 보인다. 하지만 주차장에 자동차들이 몇 대 서 있는 것을 보니 영업을 할 것 같아 가까이 가보니 식당 안에 불이 켜져 있다. 들어가서 점심을 먹을 수 있냐고 물으니 가능하단다. 아침 11시 반이었지만 낙지 볶음으로 점심을 먹은 후 해수욕장 모래사장으로 나오니 햇살이 좋다. 쉬는 김에 모래 위에 자리를 깔고 누워서 쉬었다 가자고 하니 친구도 좋단다. 20분 정도 눈을 붙이고 나니 몸이 훨씬 개운하다. 다음 목적지인 미국 마을로 가는 길은 언덕 길을 걸어야 하는데 해수욕장에서 잘 쉬었다. 미국마을을 지나 해안가로 내려갔지만 동네가 너무 지저분하다. 그래도 화계 해안가 갯벌에는 물이 빠진 후 자연스럽게 물고기를 잡는 독살이 있어 흥미로웠다. 화계를 지나 다리를 건너 가니 원천이다.
남해 바래길 홈페이지에서는 원천에서 벽련마을까지는 바래길 미개통 구간이라고 나와 있지만 남파랑길 42코스 표시는 있을 거라고 믿고 벽련마을까지 걷기로 했다. 예상대로 남파랑길 표시는 있었지만 타워모텔 입구에 있는 표시는 어디로 가라는지 도대체 이해가 안 되어 차도를 따라 걷기로 했다. 나중에 보니 차도를 따라 걷는 게 맞았다.
원천에서 벽련마을까지는 지나가는 차도 별로 없는 도로를 따라 걷는 길이다. 중간에 속초항 휴게소 편의점에 들어가니 바다 풍경이 멋지다. 가게에서 혹시 몰라 낼 아침에 먹을 삶을 계란을 산 후 창가에 앉아 음료를 마시며 햇살을 즐기며 쉬는데 주인 아저씨가 점심을 먹고 오신다며 우리만 두고 가신다. 식사 후 돌아 오신 주인 아저씨에게 벽련마을까지 걸어 간다고 하니 여기서 마을까지는 꽤 멀다고 했는데 그리 멀지 않아 다행히 힘들지 않게 벽련마을 입구에 잘 도착했다. 마을로 내려가 숙소를 찾으려고 선착장을 지나는데 한 아주머니가 잡초를 뽑고 있다. 인사를 드리고 주변의 식당과 숙소를 추천해 달라고 하니 아주머니는 우리가 막 지나 온 식당과 펜션으로 가란다. 이 지역의 민박집은 여름에만 하고 여관은 시설이 오래되어 별로란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추천한 곳은 손님이 머물고 나가면 이불 빨래도 깨끗하게 하는 집이라며 아주머니는 우리를 데리고 옆에 있는 식당으로 가서는 식당 주인아들에게 잘 해주라고 부탁을 하신다. 참 고마우신 아주머니다.
숙소 주인 아들과 숙박비를 흥정을 해서 저녁을 식당에서 먹는 조건으로 오늘밤도 4만 원에 자기로 했다. 먼저 펜션 2층의 방을 보고 맘에 드는 곳을 골라 배낭을 내려 놓았다. 식사는 원하는 시간에 된다고 했지만 우리는 씻은 후에 움직이는 것이 귀찮아 저녁 먹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이었지만 식당으로 내려갔다.
주인집 딸은 우리에게 저녁 메뉴로 멸치 보쌈을 추천했지만 동해안에서 먹은 멸치 정식의 안 좋은 기억 때문에 활어 지리탕을 먹기로 했다. 조금 있으니 제일 먼저 시금치 전과 까그래기 해초와 미역을 초고추장과 함께 주신다. 처음 먹어보는 시금치 전은 맛이 생소했지만 먹을 만하다. 남해에 시금치가 많다 보니 시금치로도 전을 해 먹나 보다. 나중에는 시금치 짱아찌와 톳 짱아찌 등 생소한 반찬이 나오는데 짜지 않고 맛이 좋다.
우럭, 광어와 미역으로 끓인 지리탕은 조금 낯설었지만 아주 맛있다. 남해에서는 미역으로 지리탕을 끓이냐고 물었더니 이 지역에서 주인 아주머니만 그렇게 하신단다. 이 집에는 배가 있어 활어로 요리를 해서 지리탕을 끓일 수 있단다. 저녁을 맛있게 먹은 후 숙소로 돌아와 보니 아주머니가 안내해 주신 것처럼 이부자리가 깨끗하고 시설도 깔끔하고 창문을 타고 넘어가는 작은 테라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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