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파랑길

남파랑길 33코스: 하이면 사무소 - 상족암 - 임포항

hadamhalmi 2021. 2. 23. 23:20

 

2021년 2월 22일(월)

 

도보 구간: 하이면 사무소 - 상족암 - 맥전포항 - 용암포항 - 임포항, 24km

걸린 시간: 8시간

 

 

오늘도 날씨가 따뜻하다. 택시를 타고 어제 도보를 마친 하이면 사무소로 가서 33코스를 걷기 시작했다. 사람없는 한적한 시골길을 걷는데 장작 타는 냄새와 거름 냄새로 시골 분위기가 물씬난다.

 

상족암으로 가는 길이 테이프로 감겨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 길 외에는 모르니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가면서 혹시 위험한가 다시 한번 살폈지만 길은 안전했고 무사히 상족암으로 내려 가는 계단까지 걸었다. 

 

상족암으로 내려가 그네도 타고 한참 동안 시간을 보내고 올라와 남파랑길로 들어섰다. 해안 테크길을 걷다 상족암에서 풍경에 취해 사진을 찍느라 공룡 발자국을 찾아 보는 걸 깜박해서 다리 아픈 친구는 해안 쉼터에서 기다리라고 하고 혼자 되돌아가서 다시 한 번 상족암을 천천히 둘러 보았다. 여유있게 보니 주변 풍경도 새롭고 공룡 발자국도 눈에 보인다.

 

점심을 먹으려고 유일하게 문을 연 '공룡횟집'에 가서 매운탕을 시켰는데 30분 넘게 기다려 밥이 나온다. 11,000원이나 하는 매운탕도 같이 나온 반찬도 너무 부실해서 실망이다. 맵지 않게 해달라고 주문했는데 알았다고 하신 할머니는 매운탕이 안 매우면 맛이 없다며 청양고추를 듬뿍 넣었는지 내가 먹기엔 너무 맵다. 점심 먹을 곳이 여기 밖에 없으니 대충 밥을 먹고 나왔다.    

 

식당을 나와 맥전포항을 지나는데 이곳은 항구 주변 시설이 너무나 좋고 거리가 눈에 띄게 깨끗하다. 너무나 깨끗해서 이렇게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을 주변 동네에 알려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다.

 

임포항 근처 솔솜에 도착해서는 친구나 나나 다리가 아파 한바퀴 도는 길을 무시하고 그냥 임포항으로 걷기로 했다. 오늘의 종착지인 임포항에 도착해 카카오 지도에 나와 있는 모텔을 찾으니 작년에 문을 닫았고 임포항에는 숙소가 없단다. 난감해하다 종착지점에  있는 '바다소리' 횟집 주인에게 근처에 혹시 민박이나 다른 숙소는 없냐고 물으니 민박이나 체험학습장 같은 데는 있다며 친절하게 알아봐 주신단다.  

 

우리가 믿을 것은 횟집 주인 밖에 없고 조금 이르기는 하지만 저녁도 먹어야 하니 일단 횟집으로 들어 갔다. 저녁으로 자연산 회를 시켜 맛있게 먹은 후 돈을 지불하면서 숙소를 물으니 체험학습장 숙소는 우리가 걸어 온 길을 10분 정도 걸어서 되돌아 가야 한다. 다리도 아프고 돌아 가는 것은 내키지 않아 혹시 근처에는 없냐고 물으니 한옥 체험숙소가 하나 있는데 괜찮냐고 물으신다. 지도를 보니 내일 걸어 갈 길에 위치한 숙소라 고민없이 고택에서 자기로 결정하고 예약을 부탁했다. 하룻밤에 7만원인데 잠만 자고 나갈 거라고 말하고 6만원에 자기로 했다. 우리가 숙소 때문에 고민하는 것을 들은 옆에 앉은 손님 부부는 자기들이 식사를 마칠 때까지 조금만 기다리면 함께 걸어서 고택까지 안내해 주시겠단다. 이분들은 최씨 고택 옆동네로 전원생활을 꿈꾸며 1년 전에 이곳으로 이사왔는데 부인이 적응하기 힘들어서 한동안 우울증에 시달렸다 이제 조금 극복했단다. 운좋게도 두 분의 친절 덕분에 15분정도 조용하고 캄캄한 시골길을 걸으며 처음 만난 사람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걷다보니 안전하게 고택에 도착했다.

 

횟집에서 알려 준 주소를 보고 최씨 고택을 찾아 가니 대문이 열려 있고 대청마루에 환하게 불이 켜져 있는데 아무리 누구 계시냐고 불러도 사람이 안 나온다. 번지 수는 맞으니 우리를 데려다 준 분들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두 분들과 헤어졌다. 캄캄한 밤에 개만 우리를 향해 사납게 짓고 있고 기다려도 누가 나올 것 같지 않아 불 켜진 방이 우리가 잘 방인 것 같아 들어가 짐을 풀었다.

 

조금 있으니 주인 아주머니가 나와 벌써 왔냐고 하신다. 나중에 보니 이 집은 안채가 숙소 뒤에 있어 우리가 불러도 안 들리는 구조다. 그런데 아주머니는 샤워실에 전구가 고장나 램프를 가지고 들어가 씻어야 하고 보일러는 뜨거운 물이 충분치 않아 가볍게 씻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샤워실에 불이 있는 방을 줄 수 없냐고 물으니 난감해 하신다. 맘에 안 들었지만 이 밤에 다른 곳으로 갈 수도 없으니 할 수 없이 돈을 지불하고 하룻밤 묶기로 했다. 그런데 아주머니가 말씀하신 데로 뜨거운 물이 충분하게 나오지 않아 결국 두 번째로 씻은 나는 원하지 않았지만 마지막은 찬물로 샤워를 해야 했다. 아마도 친구가 뜨거운 물을 너무 많이 쓴 모양이다. 한옥 숙소가 이렇게 불편할 줄이야.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한옥체험이다. 다행히도 이불 두채 깔으면 꽉차는 작은 방은 전기 판넬이라 따뜻했다.  

 

 

하이면 파출소
길을 걷다 뒤를 돌아보니 멀리 와룡산이 보인다.
관절이 안 좋아 힘이 드신데도 마늘밭 풀을 뜯으러 나오신 할머니. 우리를 보더니 건강하게 여행 잘하라고 격려해 주신다. 
광대나물 꽃이 활짝 핀 걸보니 봄이 가까웠다.
덕명마을
상족암으로 가는 길이 패쇄되어 있다. 
벌써 물놀이를 하는 사람이 있다.
상족암
공룡 발자국
공룡발자국
병풍바위 주상절리
맥전포항
남파랑길 파란 표시를 보고 공장 안으로 들어갔는데 길 표시가 없다.
남파랑길에 물건을 쌓아놓아 길을 찾기가 어려웠다.
이곳에서 길을 잃었다. 여기서 직진해서 오른쪽 언덕으로 한참 올라가니 남파랑길 리본이 나무에서 펄럭인다.
하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