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24일(토)
도보 구간: 황리 사거리 - 안정 국가산업단지 - 면화산 둘레길- 고성 화담마을회관 - 거류 체육공원 - 거류 마을회관 - 마동호 - 당항만 둘레길 해상 보도교 - 배둔 버스터미널, 20.7Km (실제 걸은 거리: 24Km)
걸린 시간: 7시간
간밤에 발코니 문만 열고 잤는데 덥지 않아 정말 오랫만에 잘 잤다. 어제는 오후에 걸어 햇빛이 강해 걷기가 힘들어서 오늘은 가능한한 일찍 출발하기로 했다.
아침 6시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짐을 챙겨 나오니 7시다. 택시를 타고 황리 사거리로 갈 생각이었지만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 오면서 혹시나 하고 버스 도착 시간을 보니 7분 후에 버스가 온다. 버스 정거장까지는 갈 수 있을 것 같아 친구와 부지런히 통영경찰서 버스 정거장으로 걸었다. 7시 12분에 도착한 664번 버스를 타고 임외마을 버스 정거장에 내리니 7시 30분이다.
황리 사거리에서 어제와는 반대 방향으로 걷는다. 안정 산업단지로 가는 길에는 상점이 많이 있지만 경제가 안 좋아서 그런지 도로 사정이 안 좋고 주변이 너무 지저분하다. 성동 조선소 입구로 들어가 도로를 따라 걷다가 면화산 둘레길이 이어지므로 입구에 있는 경비실에 2명이 남파랑길을 걷는다고 얘기를 한 후에 통과를 했다. 경비아저씨가 사진 촬영은 하면 안 된다고 주의를 주신다. 도로를 따라 걸으며 내가 보기에는 중요한 보안시설이 없어 보였지만 원치 않으니 사진은 안 찍었다.
면화산 둘레길을 걷다보니 고성이다. 면화산을 내려와 고성 화담 마을회관으로 가기 전에 있는 정자 쉼터에서 쉬기로 했다. 이른 아침인지 아무도 없고 깨끗하게 관리가 되어 있다. 쉼터 옆에 서 있는 커다란 포구나무가 이곳을 더 시원하게 해준다. 바닷바람에 취해 파란 하늘을 보며 한참을 누워 있으니 할머니 한 분이 고추를 따러 왔다가 쉬려고 올라 오신다. 이 할머니는 우리가 외지인인데도 별로 두려움이 없으시다.
어제 할머니들과 먹고 남은 쑥떡을 한 할머니가 정자 꼭대기에 매달아 두었는데 이 할머니가 집에 가져가서 냉장고에 두는 걸 깜빡하셨단다. 그러면서 쉬지 않았는지 모르겠다며 정자에 매달린 쑥떡을 꺼내서 먹자고 내 놓으신다. 먹어보니 맛이 있고 쉬지 않았다. 이렇게 시원하게 바람이 부는데 음식이 상했을 리가 없다. 할머니와 함께 떡을 먹으며 조금 얘기를 나누다 잘 쉬었다고 감사 인사를 드리고 떠났다.
거류면에 가서는 먼저 편의점으로 들어가 생수와 바나나 우유를 샀다. 거류면사무소에서 화장실을 가려고 했지만 길가에서 면사무소가 보이지 않아 지나쳤다. 다행히 봉곡삼거리 근처에 있는 봉곡 마을회관 입구가 조금 열려 있어 들어가 밖에 있는 화장실을 이용한 후 머리에 쓰는 수건도 물에 적시고 잠시 더위를 피했다.
거류119 안전센터 쉼터에서 점심을 먹은 후 강렬하게 내리쬐는 논길을 따라 마을을 지나쳤다. 이곳은 물 관리가 아주 잘 되고 논으로 시원한 물이 잘 흘러 들어가 궁금했는데 알고보니 이 지역에 봉암 저수지와 용문 저수지가 두 개나 있었다. 뜨거운 햇빛이 내리쬐는 들판을 지나 걷다 힘이 들어 한 마을 정자에서 잠깐 쉬어가기로 했다.
함께 점심을 먹으려고 모인 마을 주민들과 좀 떨어 앉으려고 정자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아 쉬고 있으니 정자 맞은 편에 사시는 아저씨 한 분이 집에 들어가 아이스케키 두 개를 가져와서는 친구와 먹으라고 건네 주신다. 얼마나 고맙던지. 태어나서 처음 먹어보는 상표의 얼음과자였지만 시원하게 먹었다.
이제 배둔 버스터미널까지 얼마남지 않았다. 하지만 방조제를 건너 배둔 버스터미널까지는 바닷길을 따라 걷는데 햇빛을 가릴만한 곳이 하나도 없다. 다행히 당항만 둘레길 해상 보도교를 건너는데 얼마나 시원하던지 잠시나마 다리를 지나며 더위를 식혔다.
마지막 1Km남기고 남파랑길 표시가 이상해 길을 잘못들어 7부 바지를 입고 풀숲을 헤지고 걷느라 다리에 상처를 입었다. 그렇지 않아도 햇살에 벌겋게 익은 다리가 상처로 인해 더 아프다. 잘못 들어간 뚝방길을 끝까지 걸어 가니 자동차가 쌩쌩 달리는 큰 도로다. 주변을 둘러 보니 논 사이로 난 길에 멀리 남파랑길 리본이 바람에 날린다. 다시 논길로 내려와 한참을 걸어가니 우리의 목적지인 배둔 버스터미널이다.
나보다 먼저 터미널 안으로 들어간 친구는 제일 먼저 설레임 아이스크림을, 나는 시원한 물을 사서 마셨다. 통영터미널로 가는 버스는 고성터미널을 거쳐 가는데 코로나 때문에 버스 시간 조정으로 15-30분마다 한 대씩 있고 통영터미널까지는 40분 정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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