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도보 여행

제주 도보여행 후기

hadamhalmi 2024. 11. 23. 17:59

3박 4일 일정으로 친구와 떠난 제주 도보 여행

이번 여행은 추자도를 걷기 위해 추자올레를 중심으로 여행 일정을 잡았다. 추자도에 들어가려면 날씨가 좋아야 하는데 날씨를 미리 알 수 는 없으니 일단 한달 반 전에 항공권과 숙소 예약을 마쳤다.

여행을 떠나기 일주일 전만해도 날씨 걱정은 안했는데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고 강풍이 불기 시작해서 추자도를 갈 수 있을지 모른 상태로 제주도 가는 비행기를 탔다. 제주 공항에 내릴 때 처음으로 강풍으로 인해 비행기가 기우뚱하는 경험을 했다. 다행히 사고 없이 안전하게 착륙을 해서 감사할 뿐이다. 그런데 제주의 날씨가 심상치 않다. 비는 오지 않았지만 강풍으로 생각했던 것보다 더 춥고 손이 시리다.

이번 여행에서는 가끔 택시를 이용했다. 이전 같으면 생각도 못할 일이나 우리도 나이가 들었는지 돈은 이럴 때 쓰는 것이라며 이젠 부담없이 택시를 탄다. 

첫날은 노꼬메오름을 갔다. 강풍덕에 공기는 깨끗하고 맑아 멀리 산방산까지 보인다. 억새는 바람에 날려 털이 거의 빠지고 있었지만 그래도 한라산 풍경을 뚜렷이 볼 수 있어 좋았다. 

둘째날은 다행히 강풍이 잦아들어서 하추자도 신양항으로 가는 배가 이틀만에 출항했다. 너울이 심해 조금 무섭기는 했지만 미리 멀미약을 먹은 덕분에 무사히 신양항에 도착했다. 추자도의 날씨도 바람이 조금 불기는 했지만 일기예보보다 따뜻하고 더 좋았다. 제주 올레 18-1코스에 험하다는 나바론 절벽길을 포함해서 걸은 후 신양항 근처에 있는 숙소로 들어가서는 오후 6시 반경에 저녁을 먹은 후 그냥 쓰러져서 잤다. 제대로 된 식사를 못하고 하루종일 걷다가 저녁에 밥을 먹고 나니 몸이 가라앉고 긴장이 풀려 힘이 들었나보다. 다행히 다음날 아침에는 몸이 다시 회복되었다.

셋째날은 숙소에서 먹은 저녁식사가 한끼에 15,000원인데 우리에게는 별로 만족스럽지 않아 다음날 아침에는 밥을 먹지 않고 그냥 떠나기로 했다. 우리에게 삶은 계란 한알씩 비상식량이 있을 뿐이었는데 다행히 신양2리 입구에 국밥집이 있어 아침을 굶지 않고 걸을 수 있었다.

제주올레 18-2코스 도보를 12시 반경에 마치고 오후 4시 40분에 떠나는 배 시간까지 4시간이나 남았지만 추자항 근처에 조용히 풍경을 즐기며 쉴만한 카페가 없어 조금 아쉬웠다. 추자도민들의 시끌벅적한 카페의 주인 아주머니가 소개해 준 식당의 굴비 정식의 맛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하지만 이틀간 걸은 추자도의 섬 풍경은 정말 좋았다.

제주올레 18-1코스와 18-2코스를 지금처럼 상추자도와 하추자도를 매코스마다 걷게 하는 것이 아니라 상추자도와 하추자도로 완전히 구분하면 만들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했다. 

넷째날, 친구가 가고 싶어했던 다랑쉬오름 대신에 거슨세미오름, 안돌오름과 밧돌오름을 갔다. 날씨가 좋아서 밧돌오름에서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식당을 차리고 사가지고 간 빵을 먹으며 커피를 마셨다. 아쉽지만 오늘 아침 너무 늦게 도보를 시작해 3개의 오름을 오르고 나니 더 이상 기운도 없고, 다랑쉬오름을 다녀 올 시간이 부족해서 친구가 가고 싶어하던 다랑쉬오름은 다음 달에 가기로 했다. 

이번 여행은 사용기한이 만료되는 마일리지를 쓰기 위한 목적이어서 나는 저녁 7시반 대한항공편으로, 친구는 7시 40분 아시아나로 서울로 올라가기 때문에 우리는 제주공항에서 저녁을 먹고 출입국 수속을 마친 후 각자의 게이트로 헤어졌다. 날씨가 도와준 덕분에 3박 4일간 동안 즐겁고, 안전하게 여행을 할 수 있어서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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