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1일(토)
도보 구간: 남해 스포츠 파크(서상항) - 예계 -상남 - 남상 - 유포 - 중현 농협(하나로 마트), 12.6Km
걸린 시간: 4시간 반
오늘은 3.1절이다.
아침에 일어나니 안개가 심해서 시야가 아주 좋지 않다. 게다가 오후 3시부터 비 예보가 있다. 오후 4시 버스로 서울로 올라가야해서 오후 3시까지는 도보를 마치려고 9시 반에 남해스포츠 파크에서 도보를 시작했다.
언덕을 넘어 예계 해안가로 내려가는 길에 폐축사로 인해 냄새가 심하게 난다. 그런데 바로 옆에 펜션이 있다. 해안가에도 펜션들 뿐이라 치우는 마을 사람들이 없어서 그런지 쓰레기도 심심찮게 보여 지난 이틀동안 걸었던 길을 보며 남해가 참 깨끗하다는 인상이 무참히 깨졌다.
바다 건너편 여수도 전혀 안 보이고 주변 풍경도 볼 수 없게 날씨가 흐려서 길만 보고 걸었다. 만조라 그런지 물이 많이 차올라 해안길을 걸을 때는 가끔씩 파도를 주의하며 걸어야 했다. 몽돌해안은 아쉽게도 떠밀려온 쓰레기들로 주변 환경이 좋지 않았다.
해안길을 조심히 걸어 남상에 도착하니 12시다. 남해구판장에서 점심을 먹으려 했지만 오늘이 삼일절 휴일이라 식당이 문을 닫았다. 할 수 없이 식당 앞에 있는 큰 평상에 앉아 이틀간 먹고 남은 비상 식량인 빵과 계란, 천혜향을 먹고 있는데 빗방울이 떨어진다. 점심 휴식을 서둘러 끝내고 일단 우산을 쓰고 걸었다. 그런데 가볍게 내리던 비가 남상 마을 뒷산을 넘어 유포 마을로 넘어가는데 점점 세지기 시작했다. 비옷을 입으면 더워서 되도록 늦게 입으려고 했는데 더 버티기가 힘들어 비옷을 꺼내 입고 맘 편히 걷기로 했다.
유포 마을로 넘어가는 가파른 언덕에서 4명의 젊은이들을 만났다. 3일간 걸으며 처음 만난 도보 여행객이다. 이들과 혜어지고 우리는 천천히 걸었다. 언덕에서 보는 유포마을과 주변 풍경이 참 예쁘다. 유포마을로 들어가는데 한 할머니가 빗속에 걷는 나를 보며 어디서 왔냐고 물으신다. 서울서 왔다니 이런 빗속에 걷는다며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우시며 다시 쳐다보신다.
유포마을을 지나니 비가 그쳐서 편하게 걸었다. 게다가 유포마을에서 중현 농협까지는 편한 길이다. 중현 농협에 도착하니 오후 2시다. 터미널까지 픽업을 해주시기로 한 3시까지 한 시간이나 남아 중현 농협 근처 식당에 들어가 따뜻한 밥을 먹으며 쉬려고 했지만 오늘이 삼일절 휴일이라 근처에 있는 식당이 모두 문을 닫았다. 작은 마을이라 모든 식당이라고 해야 2개이다. 게다가 보건소도 휴일이라 문을 닫았다.
결국 우리에게 만만한 버스 정거장에서 쉬기로 했다. 감사하게도 마을 주민들이 깨끗하게 청소를 해 두어 편히 쉴 수 있었다. 날씨가 춥지는 않았지만 빗길에 걷느라 땀을 흘려 앉아 있으니 춥다. 비상용으로 가져간 핫팩 2개를 꺼내 친구와 하나씩 나눠 가지고 온기를 느끼며 차를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남해 터미널까지 데려다 주시려고 오신 숙소 사장님은 빗길에 걷느라 수고했다며 말린 고구마를 건네주시며 서울 올라가면서 먹으란다. 참 배려가 많으신 분이다. 주신 고구마는 4시 버스를 타려고 커피숍에서 기다리는 동안 따뜻한 생강차와 함께 맛있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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