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노 - 스페인 Camino del Norte

Camino del Norte: 10. Castro Urdiales - Laredo

hadamhalmi 2025. 6. 29. 22:46

 2025년 5월 20일(화)

도보 구간: Castro Urdiales - Allendelagua - Cerdigo - Islares 캠핑장 - Orinon(Rioseco와의 갈림길/ N634 갓길 선택) - El Pentarrón de Guriezo - Isquilla(해안 갈림길) - Laredo, 26km
걸린 시간: 7시간 
날씨: 맑음, 14도-20도

 

크롸상과 커피로 간단히 아침을 먹은 후 6:50분에 숙소를 나오니 쌀쌀하다. Cerdigo를 지나 Islares로 이어지는 해안 숲길은 아주 좋다. 숲 환경이 제주도의 곶자왈과 비슷하다. Islares의 끝자락 해안가에 있는 캠핑장(Camping Playa Arenillas)에 도착하니 9:10분이다. 캠핑장 입구에 있는 식당(Restaurante Camping Arenillas)에서 또르티야와 신선한 오렌지 쥬스를 먹으며 충분히 쉬었다. 이곳 또르띠야는 중간에 햄과 마요네즈를 넣어 덜 뻑뻑하다.

식당을 나와 N634 도로의 갓길을 따라 걸어가다 Rioseco로 가는 갈림길에 도착하니 키 큰 독일 순례자가 길에 서서 길 건너 왼쪽은 풍경이 멋진 길이고, 직진하면 빠른 길이라고 안내를 해 준다. 길 건너 왼쪽 언덕을 보니 다들 멋진 길을 통해 올라가고 있다. 하지만  나는 빠른 길을 선택했다. 

계속해서 N634 도로를 따라 걷다 Mollaneda로 가기 전 다시 갈림길이다. 직진하면 Mollaneda로 가지만 도로를 따라 걷는 길이 지루해서 해안길로 가기로 했다. 그런데 해안길로 가는 숲길로 들어가자마자 진흙길이다. 숲길을 조금 더 걸어 들어가니 암벽 등반하는 사람들 소리가 들린다. 다행히 진흙길 구간이 그리 길지 않았다. 숲길을 벗어나니 다시 자동차 길인데 마을로 이어진다. 

한산한 마을을 통과하며 지도를 보고 있으니 쓰레기를 버리로 나온 한 아주머니가 곧장 가라고 안내해 주신다. 말씀해 주신 길로 걸어가다 한 시골집의 좁은 뒷길로 들어가니 갑자기 숲길이 나오고 성곽이 있다. 이 길에서 보는 Mollaneda 마을 풍경도 멋지다. 성곽길을 벗어나 멀리서 보던 산 가까이 오니 해안길로 연결된다. 날씨는 점점 더워지고 쉴만한 곳을 찾으니 마땅한 곳이 없다. 힘들게 언덕을 오르다 Laredo로 넘어가는 갈림길에서 자리를 펴고 쉬기로 했다.

오전에 또르띠야 외에 먹은 것이 없어 기운이 없다. 배낭에 있는 사과, 당근, 케잌 등을 꺼내 먹으며 멋진 주변 풍경을 즐기며 쉬고 있는데 내 앞에 게르니카에서 헤어졌던 Anne가 힘들게 올라오고 있다. 게르니카에서 헤어진 후 나와 걷는 길이 달라 그동안 What's App으로 연락을 해서 어제 Islares까지 간 것은 알았다. 그래서 Anne가 Islares에서 도보를 시작해 지금쯤 나보다 더 멀리 가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보다 뒤에서 오니 조금 의아했다. 서로 놀라서 바라보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나서 Anne에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어보았다.

Anne는 풍경이 멋지고 오래 걸리는 Rioseco로 가는 길을 걷다 해안길로 나와 나보다 뒤에 오게 되었단다. 그러면서  어제 이슬라레스 캠핑장에서 잤는데 시설이 안 좋았고 밤새 천둥 치고 비가 많이와 너무 힘들었단다. 그런데다 캠핑장 식당이 문을 늦게 열어 아침도 제대로 못 먹었다고 얘기해 준다.

서로 반가워서 그동안의 얘기를 하며 언덕 풍경을 즐기며 쉬다 함께 멋진 해안길을 지나 가파른 언덕을 내려가 Laredo 숙소를 찾아갔다. 지도를 보며 수녀들이 운영하는 알베르게에 도착하니 일찍 도착한 순례자들이 오후 3:00시에 문이 열릴 때를 기다리고 있다. 그들 중에 게르니카에서 헤어졌던 캐나다 순례자 부부도 있다. 오랜만에 만나니 모두들 반갑다. Anne도 오늘은 나와 같은 알베르게에서 잔다. 하지만 아쉽게도 Anne는 이번 주 토요일에 근무를 해야해서 내일 하루 알베르게에서 더 쉬고 파리로 돌아가야 한다.

알베르게에서는 체크인을 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번에는 더 오래 걸렸다. 반갑게도 이곳 호스피탈레로는 한국인 여성이다. 안내를 받은 2인실로 들어가니 내 룸메이트는 Linda라는 호주에서 온 순례자가 있다. 여행 중 다쳐서 어제부터 이곳에 머물면서 치료를 받는 중이고 더 이상 걸을 수 없어 호주로 돌아가야 한단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얘기를 해보니 Linda는 친절하고 밝다.

슈퍼에서 장을 본 후 슈퍼 근처 빵집으로 가서 Anne에게 줄 과자를 샀다. 돌아 오는 길에 알베르게 앞에서 한국 호스피탈레로와 얘기를 하고 있는 한국인 순례자를 만났다. 인사를 하고 헤어져 빨래를 널어 놓았던 정원 건너편 알베르게 문으로 들어가 부엌으로 갔다. 늦은 점심을 해 먹으려고 가스 불을 켜는데 불이 안 켜진다. 내가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한 순례자가 와서 보더니 불이 있어야 한단다. 나는 담배도 안 피고 불이 없어 난감해 하니 자기 친구가 담배를 핀다며 기다리란다. 그러더니 친구에게 빌려 온 라이터로 가스불을 켜준다. 순례자들은 모두 도와 줄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라 너무 고맙다. 덕분에 점심을 해 먹고 방으로 돌아 왔다. 

돌아 와서 린다에게 부엌이 2층에 있다고 했는데 다른 곳에도 있더라고 했더니 그곳은 다른 곳이란다. 알고보니 내가 사용한 부엌은 수녀원에 딸린 남성 전용 알베르게였다. 그래서 내일 아침을 먹을 식당도 미리 알아둘겸 린다가 얘기한 우리 알베르게 건물 2층으로 올라가니 부엌 시설이 잘 되어 있다. 그런데 한 순례자 부부가 전기 레인지 작동이 안 된다고 난감해 하고 있다. 내가 도와 주려고 했지만 아무리 눌러도 작동을 하지 않는다. 이 부부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하고 내려가 린다에게 설명을 하고 도와줄 수 있냐고 하니 곧 아픈 다리를 이끌고 2층으로 올라가 준다. 자기도 같은 경험을 해서 어려움을 알고 있단다. 다행히 린다가 올라가 몇 번 누르고 나니 전기레인지가 갑자기 작동을 한다. 순례자 부부가 너무 고마워한다.

알베르게에서 Anne를 만나 파리로 돌아가는 기차에서 간식으로 먹으라고 과자를 전해주니 아주 좋아한다. 저녁에  빨래를 걷으러 나갔다 미사를 마치고 나온 Anne를 만났다. 늦은 점심을 먹어 배는 안 고팠지만 내일 헤어지기 전에 저녁을 같이 먹자고 해서 Laredo 해변가 식당으로 갔다.  저녁은 자기가 사겠다고 했지만 아쉽게도 식당 분위기가 별로라 바로 가서 Anne 는 보카디요를 먹고, 나는 콜라를 마셨다. 그러면서 Anne 는 카미노 음식 얘기를 하면 보카디요하고 또르띠야 밖에 생각이 안 날 거라고 하며 웃는다. 저녁을 먹고 돌아 오면서 Anne와는 내일 아침에 7시에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Rioseco와의 갈림길, 길 건너 왼쪽 언덕으로 올라가면 Riose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