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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 피스테라

2014년 7월 5일 (토) 산티아고 도보를 마친 다음날 민숙 씨는 피스테라까지 걸어가느라 아침 일찍 떠났다. 난 9시 버스를 타려고 숙소를 나와 버스터미널로 가려는데 가는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버스터미널에서 승차권을 구매하러 이층으로 가는 길에 호주 오누이를 다시 만났다. 이들도 나와 같은 버스를 타고 피스테라에 간단다. 이층 버스를 타고 산티아고를 벗어나니 비는 점점 더 세게 내린다. 버스는 11시 반경에 피스테라에 도착했다. 주룩주룩 비가 내리는 피스테라 버스터미널에 서서 어느 숙소로 갈지 망설이고 있는데 이런 날씨에도 손님을 데려 가려고 나와 있던 한 아주머니가 어떤 숙소를 찾냐고 말을 건넨다. 다른 때 같으면 호객 행위 하는 아줌마를 따라 나서지 않을 텐데 비도 오고 심란해서 그냥 아주머..

28. 몬테 데 고조 -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2014년 7월 4일(금) 오늘은 드디어 산티아고에 들어간다. 어제 저녁 베를린에서 온 만프레드가 하루 종일 땡뼡에 잘 먹지도 못하고 오랜 시간 걷다 배가 고프다며 자신이 요리한 파스타를 급히 먹다 체해서 온몸에 물이 죽죽 흐른다. 얼마나 놀랐는지.... 일단 한국에서 가져간 환약을 먹이고 민숙 씨는 수건으로 몸을 닦아주고 난 이 청년의 손과 발을 마사지해 주고 미국에서 온 예수는 옆에서 만프레드를 관찰하며 계속해서 말을 시키고 우리 모두 최선을 다해 다행히 고비는 넘겼다. 휴~ 밤 늦게까지 감기 증상이 없었는데 마사지 해 주느라 기력을 소진했는지 밤새 해열제를 먹으며 고열을 내리느라 잠을 제대로 못 잤다. 산티아고가 가까이 있으니 아침 7시경에 일어나 민숙 씨와 함께 산티아고로 들어갔다. 걷다 보니 산..

27. 리바디소 - 몬테 도 고조

2014년 7월 3일(목) 도보 구간: 리바디소 - 아르쭈아 - 프로도조아 - 몬테 도 고조, 40.1Km, 9시간 반 오늘은 25Km만 걷고 프로도조아에서 쉬려고 했지만 프로도조아 전 마을에서 만난 바셀로나에서 온 순례자 아저씨가 자기가 2번째 도보길이니 자기만 믿으라고해서 따라가다 보니 프로도조아를 지나쳤다. 갈리시아 지방은 다른 지방과 달리 순례자 길이 마을 도심을 지나가지 않을 때가 많아 표지판을 신경써서 보아야 하는데 또 이런 실수를 하다니... 감기가 완전히 낫지 않아 무리하지 않으려고 신경을 썼는데 되돌아 갈 수는 없어 계속 걷기로 했다. 다음 마을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부페 식당에 가려는데 앞에 눈에 익은 옷이 보인다. 사모스에서 헤어진 민숙 씨다. 강가에 발을 담그고 쉬었다 들어와 점심을 ..

26. 팔라스 델 레이 - 리바디소

2014년 7월 2일(수) 도보 구간: 팔라스 델 레이 - 멜리데 - 리바디소, 25.9Km, 7시간 밤새 고열과 기침으로 힘이 들었다. 나 때문에 같은 방 사람들의 잠자리가 불편했을 텐데 아무도 내색하지 않고 오히려 몸은 괜찮냐고 걱정을 해준다. 하루 더 알베르게에서 쉴까하다 가는 데까지 가보기로 하고 느즈막히 일어나 출발했다. 오늘은 도보를 시작한 후 처음으로 함께 잔 사람들이 다 나간 다음에 맘 편히 느긋하게 침낭을 정리하고 배낭을 꾸렸다. 멜리데 초입에 있는 한 식당 점원이 지나가는 나를 부르며 자기 식당에서 문어 요리를 먹고 가라고 호객 행위를 한다. 한국어 추천 글귀와 함께 맛보기로 문어 한 점을 주는데 부드럽고 맛이 괜찮다. 지난 밤에 한 방을 쓴 스페인 청년에게 아직 맛있는 파에야를 못 먹..

25. 포르토마린 - 팔라스 델 레이

2014년 7월 1일(화) 도보 구간: 포르토마린 - 리곤데 - 팔라스 델 레이, 25Km, 5시간 반 지난 밤에 비가 내려 걷는 길이 촉촉하다. 오늘은 비 예보도 있었고 감기로 몸이 안 좋아 해열제를 먹으며 길을 나섰다. 도보 중간부터 비가 내리더니 점점 거세져 12시경 도보를 마치고 성당 앞 시설 좋고 부엌이 있는 사설 알베르게에 짐을 풀었다. 오후 내내 기침도 나고 열도 있어 신선한 과일과 케모마일 차를 마시며 푹 쉬었다. 다행히도 함께 방을 쓴 4명의 스페인 청년과 한 스페인 부부의 배려 덕분에 편히 쉴 수 있었다.

24. 사모스 - 포르토마린

2014년 6월 30일(수) 도보 구간: 사모스 - 사리아 - 포르토마린, 37.4Km, 9시간 반 어제 조금 많이 걸어 오늘은 무리하지 않으려고 30Km정도 걷고 페레로이스에서 도보를 마칠 계획이었다. 그런데 마을로 들어가는 표지판을 못 보고 지나쳐 예정에도 없던 포르토마린에 도착하니 오후 4시반이다. 숙소를 찾는데 벌써 3곳이나 방이 없단다. 한 사설 알베르게 주인의 도움을 받아 성당 근처에 있는 사설 알베르게에서 겨우 잘 곳을 구하고 찾아가니 부엌도 있고 시설이 괜찮다.

23. 오 세브레이로 - 사모스

2014년 6월 29일(화) 도보 구간: 오 세브레이로 - 트리아카스텔라 - 사모스, 30.6Km, 8시간 반 아침에 안개가 짙게 끼어 시야가 좋지 않아 조심해서 걸어야 했다. 다행히 산 중턱에 내려오니 안개도 걷히고 해가 난다. 11시경 트리아카스텔라 식당에서 한 시간 동안 여유롭게 식사를 하고 나와 갈림길에서는 갈리시아 지방 베네딕트 수도회 중심지인 사모스를 향해 걸었다.

22. 비야프랑까 델 비에르조 - 오 세브레이로

2014년 6월 28일(월) 도보 구간: 비야프랑까 델 비에르조 - 라 라구나 에 까스띠야 - 오 세브레이로, 27.9Km, 7시간 일기예보에서 오늘 비가 온다고 해서 평소보다 조금 일찍 숙소를 나섰다. 오 세브레이로로 가는 길은 세 경로가 있지만 난 일반적인 중간 강도의 고전적 까미노 길을 택했다. (나중에 들으니 민숙 씨는 가장 힘든 왼쪽 길로 가서 엄청 고생했단다.) 한 시간쯤 지나자 빗방울이 내리더니 점점 거세진다. 판초를 입고 걷지만 속에 찬 습기로 체온이 점점 떨어진다. 젖은 양말도 갈아 신고 신발도 말리기 위해 바에 들어가 간단한 점심을 먹고 나니 비가 조금 잦아 졌다. 다행히 점심 후에는 바람만 거세고 비는 거의 그쳐 오 세브레이로까지 걷는 데 큰 불편은 없었다. 산 정상에 있는 마을인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