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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몰리나세까 - 비야프랑카 델 비에르조

2014년 6월 27일(일) 도보 구간: 몰리나세까 - 폰페라다 - 비야프랑카 델 비에르조, 31.9Km, 7시간 아침 6시 전에는 알베르게 문을 안 열어줘 많은 순례자들이 현관에서 기다리고 서 있다 마음이 급한 사람들은 지하로 내려가 마당에서 연결된 길로 나간다. 구름이 잔뜩 낀 어스름한 새벽길을 가는데 도로 옆 입구가 개방된 체리밭의 체리가 수난을 당하고 있다. 어떤 순례자는 봉지를 꺼내서 체리를 따서 담는다. 한국이나 서양사람들이나 서리하는 데는 별 차이가 없다. 폰페라다를 지나 다음 마을을 걷던 중 우연히 스펜서 씨를 다시 만났다. 어젯밤에는 폰페라다에서 잤단다. 앞으로도 서로 걷는 속도가 달라 다시 만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비야프랑카 마을 초입에 있는 공립 알베르게에 짐을 풀고 장을 보러 슈퍼에..

20. 엘 간소 - 몰리나세까

2014년 6월 26일(토) 도보 구간: 엘 간소 -끄루쯔 데 페로 - 엘 아세보 -몰리나세까, 32.4Km, 8시간 5시에 일어나 조용히 짐을 챙겨 나와 부엌에서 간단히 아침을 먹은 후 이탈리아에서 온 할아버지 다음으로 아직은 어두운 밖으로 나왔다. 어제 오후 소나기가 내린 이후 날씨가 심상치 않다. 저 멀리 산등성이에는 검은 구름이 걸쳐 있고 하늘은 잔뜩 흐리고 바람이 강하게 불어 길을 걷다 멈추고 판초를 입었다. 다행히 한 시간 가량 지나니 날이 조금씩 갠다. 산 너머 간이 바에서 마티아스와 뢰네를 다시 만나 잠깐 이야기를 나눈 후 밤나무골 마을을 지나 계곡을 내려 와 몰리나세까의 사설 알베르게에 짐을 풀었다. 그런데 슈퍼를 다녀 왔더니 뢰네가 내 옆 침대에서 짐을 풀고 있다. 그리고 마티아스도 같..

19. 오스피딸 데 오르비고 - 엘 간소

2014년 6월 25일(금) 도보 구간: 오스피딸 레 오르비고 - 아스토르가 - 엘 간소, 29.9Km, 8시간 밤 늦게까지 불꽃 놀이로 마을이 시끄러워 잠을 설쳤다. 5시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6시 경 알베르게를 나와 보니 안개가 잔뜩 끼어 있다. 오늘도 두 갈래 길이라 한적한 시골길을 택해 걸었는데 3시간 가량 걷는 동안 마을은 하나도 없고 차도와 나란히 걸어가는 지루한 길이다. 아스토르가로 가기 전 마을 입구 언덕에 가서야 호주의 오누이 순례자를 만났다. 여기서 두 길이 다시 만난다. 엘간소에서 숙소에 들어 가니 오스피탈에서 함께 지낸 이탈리아 할아버지도 와 계신다. 오후 4시경 검은 비구름이 몰려 오더니 소나기가 세차게 내리기 시작하니 갑자기 비를 피하는 독일 청년 순례자들이 들어 온다. 이들은 ..

18. 라 비르겐 델 까미노 - 오스피딸 데 오르비고

2014년 6월 24일(목) 도보 구간: 라 비르겐 델 까미노 - 오스피딸 데 오르비고, 27.9Km, 5시간 30분 어젯밤새 큰 비가 내렸다. 다행히 아침에는 비가 그쳤지만 하늘은 잔뜩 흐려 있어 서둘러 길을 나섰다. 오늘은 어젯밤 제로미가 추천한 오스피딸로 가는 한적한 길로 걷기로 했다. 5Km쯤 지나니 빗방울이 조금씩 굵어 지더니 제법 많은 비가 내린다. 다행히 오스피딸에 도착할 때쯤에는 비가 잦아 들었다. 다리를 건너 마을에 들어 가니 오늘과 내일이 오스피딸 마을의 축제 기간이라 가게가 문을 닫는단다. 하지만 다행히 키오스크는 문을 연다고 브라질에서 온 알베르게의 호스피탈레로가 알려준다. 씨에스타가 끝난 오후 5시에 키오스크로 가니 뮌헨에서 온 마티아스와 스위스 루체른 지역에서 온 뢰네 할아버지도..

17. 만실라 - 라 비르겐 델 까미노

2014년 6월 23일(수) 도보 구간: 만실라 - 레온 - 라 비르겐 델 까미노, 27.9Km, 6시간 30분 레온 초입에서 한국 청년 두 명을 만났다. 한 청년은 배낭에 한국 국기를 꽂고 걸어 가고 다른 청년의 다리는 하얗고 매끈한 것이 도저히 순례자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이 친구들과 얘기를 해 보니 스페인으로 유학 온 친구가 도보 여행 중인 친구를 만나러 레온에 와서 하룻밤을 자고 잠깐 함께 걷고 돌아갈 친구란다. 오늘 계획은 레온에서 묶을 예정이었지만 도시가 너무 복잡해 지나치기로 했다. 레온을 지나 라 비르겐으로 올라가다보니 길가의 바에 레온에서 만난 한국 청년들이 앉아 있다. 도보는 포기하고 친구가 마드리드로 돌아가려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단다. 이들과 헤어진 후, 라 비르겐의 말미에 있는 알..

16. 사아군 - 만실라

2014년 6월 22일(화) 도보 구간: 사아군 - 만실라, 36.6Km, 8시간 30분 아침 도보길에 뉴질랜드에서 온 마크와 클라우디아를 다시 만났다. 그러나 이들은 만실라까지 직접 가는 멀고 위험한 로마길로 간다고 해서 헤어지고 혼자서 걸었다. 발바닥도 아프고 피곤해서 렐리고스에서 도보를 멈추려다 마을이 너무 낯설게 느껴져 마을을 통과했다. 마을을 빠져 나와 어느 집 앞 의자에 앉아 간식을 먹으며 쉬고 있는데 갑자기 미국에서 온 멕시코 청년이 나타났다. 이 청년은 마크와 클라우디아가 간 로마길을 걷다가 길에 사람도 하나 없고 물도 없어 무서워 원래의 까미노 길로 다시 나왔단다. 나나 멕시코 청년이나 둘 다 더위에 지쳐 있었지만 둘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걸은 덕분에 6Km를 더 걸어 만실라까지 힘들..

15. 깔사디야 데 라 꾸에사 - 사아군

2014년 6월 21일(월) 도보 구간: 깔사디야 데 라 꾸에사 - 사아군, 23.7Km, 5시간 어제 무리하게 긴 도보를 해서 그런지 발뒤꿈치에 생긴 물집이 더 커져서 걷기가 힘들다. 그래서 오늘은 중간에 도보를 마치기로 했다. 사하군 입구에서 차에서 내리는 만프레드를 다시 만났다. 메세타를 걷다 사하군 가는 차를 세워 8유로를 주고 타고 왔단다. 그는 레온까지는 도로를 따라 걸어야하므로 기차를 타고 갈 계획이란다. 만프레드는 내일 기차표를 알아 보겠다며 기차역 쪽문으로 넘어가고 난 공립 알베르게로 갔다. 씨에스타가 끝나길 기다려 약국에서 물집에 좋다는 Compeed 밴드를 사가지고 돌아 오는 길에 알베르게 앞 바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뉴질랜드 순례자인 마크와 독일인 클라우디아를 다시 만났다. 마크는 ..

14. 프로미스타 - 깔사디야 데 라 꾸에짜

2014년 6월 20일(금) 도보 구간: 프로미스타 - 깔사디야 데 라 꾸에짜, 36.4Km, 9시간 도보 중간에 독일에서 온 만프레드 아저씨를 만났다. 항상 두 사람이 같이 다니는데 웬일로 혼자냐니까 함께 걷는 아저씨가 하루 20-25Km만 걸어 속도가 너무 늦어 헤어지셨단다. 그래서 어제는 파트너와 헤어지고 나서 40Km를 걸었단다. 어제 도보가 무리였는지 나와 같이 조금 걷다가 갑자기 코피를 흘리신다. 만프레드 아저씨와 점심 휴식을 같이 한 후 헤어지고 혼자 햇살이 내리쬐는 메세타를 걷기로 했다. 만프레드 아저씨는 더위에 메세타를 걷는 것은 너무 힘이 들어 사람들은 보통 이른 아침에 걷는다고 알려준다. 오늘도 덥기는 하나 다행히 간간히 바람도 불고 중간에 나무 그늘도 만나 무사히 알베르게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