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미노 데 산티아고 28

18. 라 비르겐 델 까미노 - 오스피딸 데 오르비고

2014년 6월 24일(목) 도보 구간: 라 비르겐 델 까미노 - 오스피딸 데 오르비고, 27.9Km, 5시간 30분 어젯밤새 큰 비가 내렸다. 다행히 아침에는 비가 그쳤지만 하늘은 잔뜩 흐려 있어 서둘러 길을 나섰다. 오늘은 어젯밤 제로미가 추천한 오스피딸로 가는 한적한 길로 걷기로 했다. 5Km쯤 지나니 빗방울이 조금씩 굵어 지더니 제법 많은 비가 내린다. 다행히 오스피딸에 도착할 때쯤에는 비가 잦아 들었다. 다리를 건너 마을에 들어 가니 오늘과 내일이 오스피딸 마을의 축제 기간이라 가게가 문을 닫는단다. 하지만 다행히 키오스크는 문을 연다고 브라질에서 온 알베르게의 호스피탈레로가 알려준다. 씨에스타가 끝난 오후 5시에 키오스크로 가니 뮌헨에서 온 마티아스와 스위스 루체른 지역에서 온 뢰네 할아버지도..

17. 만실라 - 라 비르겐 델 까미노

2014년 6월 23일(수) 도보 구간: 만실라 - 레온 - 라 비르겐 델 까미노, 27.9Km, 6시간 30분 레온 초입에서 한국 청년 두 명을 만났다. 한 청년은 배낭에 한국 국기를 꽂고 걸어 가고 다른 청년의 다리는 하얗고 매끈한 것이 도저히 순례자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이 친구들과 얘기를 해 보니 스페인으로 유학 온 친구가 도보 여행 중인 친구를 만나러 레온에 와서 하룻밤을 자고 잠깐 함께 걷고 돌아갈 친구란다. 오늘 계획은 레온에서 묶을 예정이었지만 도시가 너무 복잡해 지나치기로 했다. 레온을 지나 라 비르겐으로 올라가다보니 길가의 바에 레온에서 만난 한국 청년들이 앉아 있다. 도보는 포기하고 친구가 마드리드로 돌아가려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단다. 이들과 헤어진 후, 라 비르겐의 말미에 있는 알..

16. 사아군 - 만실라

2014년 6월 22일(화) 도보 구간: 사아군 - 만실라, 36.6Km, 8시간 30분 아침 도보길에 뉴질랜드에서 온 마크와 클라우디아를 다시 만났다. 그러나 이들은 만실라까지 직접 가는 멀고 위험한 로마길로 간다고 해서 헤어지고 혼자서 걸었다. 발바닥도 아프고 피곤해서 렐리고스에서 도보를 멈추려다 마을이 너무 낯설게 느껴져 마을을 통과했다. 마을을 빠져 나와 어느 집 앞 의자에 앉아 간식을 먹으며 쉬고 있는데 갑자기 미국에서 온 멕시코 청년이 나타났다. 이 청년은 마크와 클라우디아가 간 로마길을 걷다가 길에 사람도 하나 없고 물도 없어 무서워 원래의 까미노 길로 다시 나왔단다. 나나 멕시코 청년이나 둘 다 더위에 지쳐 있었지만 둘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걸은 덕분에 6Km를 더 걸어 만실라까지 힘들..

15. 깔사디야 데 라 꾸에사 - 사아군

2014년 6월 21일(월) 도보 구간: 깔사디야 데 라 꾸에사 - 사아군, 23.7Km, 5시간 어제 무리하게 긴 도보를 해서 그런지 발뒤꿈치에 생긴 물집이 더 커져서 걷기가 힘들다. 그래서 오늘은 중간에 도보를 마치기로 했다. 사하군 입구에서 차에서 내리는 만프레드를 다시 만났다. 메세타를 걷다 사하군 가는 차를 세워 8유로를 주고 타고 왔단다. 그는 레온까지는 도로를 따라 걸어야하므로 기차를 타고 갈 계획이란다. 만프레드는 내일 기차표를 알아 보겠다며 기차역 쪽문으로 넘어가고 난 공립 알베르게로 갔다. 씨에스타가 끝나길 기다려 약국에서 물집에 좋다는 Compeed 밴드를 사가지고 돌아 오는 길에 알베르게 앞 바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뉴질랜드 순례자인 마크와 독일인 클라우디아를 다시 만났다. 마크는 ..

14. 프로미스타 - 깔사디야 데 라 꾸에짜

2014년 6월 20일(금) 도보 구간: 프로미스타 - 깔사디야 데 라 꾸에짜, 36.4Km, 9시간 도보 중간에 독일에서 온 만프레드 아저씨를 만났다. 항상 두 사람이 같이 다니는데 웬일로 혼자냐니까 함께 걷는 아저씨가 하루 20-25Km만 걸어 속도가 너무 늦어 헤어지셨단다. 그래서 어제는 파트너와 헤어지고 나서 40Km를 걸었단다. 어제 도보가 무리였는지 나와 같이 조금 걷다가 갑자기 코피를 흘리신다. 만프레드 아저씨와 점심 휴식을 같이 한 후 헤어지고 혼자 햇살이 내리쬐는 메세타를 걷기로 했다. 만프레드 아저씨는 더위에 메세타를 걷는 것은 너무 힘이 들어 사람들은 보통 이른 아침에 걷는다고 알려준다. 오늘도 덥기는 하나 다행히 간간히 바람도 불고 중간에 나무 그늘도 만나 무사히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13. 온타나스 - 프로미스타

2014년 6월 19일(목) 도보 구간: 온타나스 - 프로미스타, 34Km, 9시간 도보 중 잠깐 쉬려고 한 알베르게 바에 들어가니 컴퓨터에 USB가 두 개나 달려 있다. 대부분의 알베르게에서는 USB 사용이 안 되어 고민하던 중이었는데 반가웠다. 30분 정도면 카메라 사진을 USB에 옮길 줄 알았는데 컴퓨터 속도도 느리고 사진 용량이 커서 의외로 한 시간 반이나 걸렸다. 덕분에 피곤한 다리는 많이 회복되었다. 프로미스타 사설 알베르게에 짐을 풀고 슈퍼에서 장을 보고 돌아와 조용한 알베르게에 딸린 식당 정원으로 나가니 스펜서 아줌마도 와서 음식을 먹고 있다.

11. 아타푸에르타 - 부르고스

2014년 6월 17일(화) 도보 구간: 아타푸에르타 - 부르고스, 22.1Km, 5시간 20분 아침 일찍 알베르게를 나서는데 안개가 자욱하다. 작은 산을 넘을 때는 안개와 습기로 아침 도보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어제 같은 숙소에서 지낸 더블린에서 온 '라오스'와 얘기를 하며 함께 걸은 덕분에 부르고스까지 지루하지 않게 걸었다. 1989년 독일 통일 운동에는 수동적으로 조금 참여를 했던 라오스는 독일 드레스덴 출신으로 화학을 공부한 청년이다. 졸업 후 독일에서 세제 공장에서 일하다 대체복무를 더블린의 병원 조무사로 일했단다. 제대 후 더블린에서 일을 구해 계속 그곳에서 살고 있는데 지금은 직장을 그만 두고 다른 직장을 구하는 사이에 도보 여행길에 나섰단다. 라오스는 독일 통일 전에도 아버지, 어머니가 ..

10. 토산토스 - 아타푸에르카

2014년 6월 16일(월) 도보 구간: 토산토스 - 아타푸에르카, 27Km, 7.5시간 오늘은 좀 느긋하게 7시에 출발했다. 아침부터 바람이 강하게 불고 날씨가 흐렸다. 오늘은 한 스페인 부부와 하루 종일 같이 걸었다. 아타푸에르카에 가까이 가고 있는데 왠 씩씩한 순례자가 내 앞을 지나가다 사설 알베르게로 들어간다. 시설이 괜찮아 보여 나도 이곳으로 따라 들어갔다. 들어가보니 나보다 늦게 출발한 제로미는 벌써 와서 짐을 풀고 쉬고 있다. 늦은 오후에 걸어가는데 나보고 일본 사람이냐고 물은 나고야에서 온 야마다 할아버지도 이 알베르게로 들어온다. 나와 같은 방에서 자는 미국에서 온 여군 출신의 페트라와 함께 저녁을 먹으러 한 순례자 식당에 들어가니 제로미도 와 있다. 10명의 순례자가 함께 밥을 먹은 후..

9. 산토도밍고 데 라 깔사다 - 토산토스

2014년 6월 15일(일) 도보 구간: 산토도밍고 데 라 깔사다 - 벨로라도 - 토산토스, 27Km, 7시간 오늘은 열여섯부터 일을 시작한 프랑스 아저씨를 만났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그 근처에 사는데 내년에 정년 퇴직을 할 예정이고 무급으로 6개월간 휴가를 받고 집에서부터 순례 도보길에 나섰단다. 그런데 걷는 일이 너무 힘들어 머리는 자꾸 집에 가라고 하지만 몸은 산티아고 향해 걷고를 있단다. 더블린에서 온 산드라 아줌마, 프랑스 아저씨와 함께 벨로라도 광장 앞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난 후 산드라와는 벨로라도에서 헤어지고, 난 4Km를 더 걸어 가 토산토스 알베르게에서 짐을 풀었다. 프랑스 아저씨는 더 걷겠다고 해서 토산토스에서 헤어졌다. 알베르게에 들어가니 제로미가 와 있다. 조금 후 스펜서 아줌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