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 3일 동안 날씨가 아주 좋았다. 땀은 많이 흘렸지만 걷기에 불편하지는 않았다. 매일 세운 계획대로 구간을 걷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목표지점인 고래불 해수욕장까지의 도보를 무사히 마쳤다. 매달 한 번씩 내려와 걷다 보니 계절이 바뀌는 것을 보는 재미도 솔솔하다.
이번에는 3일 동안 해파랑길을 혼자 걷는 아저씨 한 분만 왕피천 강변길에서 만났다.
울진 구간은 해파랑길 리본을 다는 것에 유난히 인색하다. 이번 구간에서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조금 친절한 안내가 절실하다.
한 번은 기성 망양터미널을 지나 울진 공항 가는 길에 표시가 불분명해 길을 잘못 걸어 가는데 두 분의 마을 주민 아저씨들이 길에 앉아 쉬다가 우리를 보더니 길을 잘못 들었다며 공항 방향으로 가는 길을 친절히 알려 주셔서 되돌아 간 적도 있다.
23 코스의 후포해변을 지나 금음리로 내려 가는 길은 해파랑길인 시끄러운 도로를 따라 걷지 않고 지난 8월에 새로 생긴 해변길을 따라 걸었다. 그런데 한참을 걷다 보니 해파랑길과 만난다.
이번 여행에서는 덜 여문 수숫대로 방 빗자루를 만드시는 할머니를 만난 것이 가장 흥미로웠다.
나이가 들어서 몸이 불편하시나 해질녘 밖의 세상이 궁금해 파자마를 입고 대문 앞에 종이를 깔고 나와 앉으신 할아버지와 그 옆에 함께 앉아 계신 할머니, 또 몸이 불편해 길 건너 정자까지 가기가 힘드셔서 그런지 골목길에 드러누워 오손도손 얘기를 나누시던 세 명의 할머니들 모습을 보고 나니 내 마음이 쓸쓸해졌다.
이번 여행에서는 24 코스 구산 해수욕장의 송림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월송정을 지나 송림에 취해 걷다 길을 잘못 들어 갈대 숲을 헤치며 늪지대를 피해 논둑을 찾아 겨우 도로로 빠져 나오니 온 몸에 도깨비 바늘이 꽂혀 있어 그것을 빼느라 친구와 한참 수선을 떨었다.
길에서 만난 친절한 사람들 덕에 이번 여행도 안전하고 즐겁게 마칠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이 감사할 뿐이다.
여행 경비 (2박 3일)
9월 20일 해파랑길 25-26코스
시외버스 동서울 - 울진터미널 24,700원
커피와 떡 4,500원
호두과자 3,000원
점심 (막국수) 7,000원
저녁, 기성휴게소 (버섯된장찌개) 7,000원
숙박: 삼성모텔 40.000 원
9월 21일 해파랑길 24-25코스
아침: 삼성모텔 식당 부페 7,000원
구산 블루스: 4,000원
저녁: 동해수산, 대게 90,000원
슈퍼: 빵과 요구르트 3,000원
숙박: 더칸 모텔 50,000원
9월 22일 해파랑길 23코스
버스비 (고래불해수욕장 -영해버스터미널) 1,200원
점심, 시장 식당 칼국수 5,000원
커피베이: 팥빙수 8,600원
휴게소: 군감자 3,000원
시외버스 영해-동서울 27,500원
총 경비: 27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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