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미노 데 산티아고 28

28. 몬테 데 고조 -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2014년 7월 4일(금) 오늘은 드디어 산티아고에 들어간다. 어제 저녁 베를린에서 온 만프레드가 하루 종일 땡뼡에 잘 먹지도 못하고 오랜 시간 걷다 배가 고프다며 자신이 요리한 파스타를 급히 먹다 체해서 온몸에 물이 죽죽 흐른다. 얼마나 놀랐는지.... 일단 한국에서 가져간 환약을 먹이고 민숙 씨는 수건으로 몸을 닦아주고 난 이 청년의 손과 발을 마사지해 주고 미국에서 온 예수는 옆에서 만프레드를 관찰하며 계속해서 말을 시키고 우리 모두 최선을 다해 다행히 고비는 넘겼다. 휴~ 밤 늦게까지 감기 증상이 없었는데 마사지 해 주느라 기력을 소진했는지 밤새 해열제를 먹으며 고열을 내리느라 잠을 제대로 못 잤다. 산티아고가 가까이 있으니 아침 7시경에 일어나 민숙 씨와 함께 산티아고로 들어갔다. 걷다 보니 산..

27. 리바디소 - 몬테 도 고조

2014년 7월 3일(목) 도보 구간: 리바디소 - 아르쭈아 - 프로도조아 - 몬테 도 고조, 40.1Km, 9시간 반 오늘은 25Km만 걷고 프로도조아에서 쉬려고 했지만 프로도조아 전 마을에서 만난 바셀로나에서 온 순례자 아저씨가 자기가 2번째 도보길이니 자기만 믿으라고해서 따라가다 보니 프로도조아를 지나쳤다. 갈리시아 지방은 다른 지방과 달리 순례자 길이 마을 도심을 지나가지 않을 때가 많아 표지판을 신경써서 보아야 하는데 또 이런 실수를 하다니... 감기가 완전히 낫지 않아 무리하지 않으려고 신경을 썼는데 되돌아 갈 수는 없어 계속 걷기로 했다. 다음 마을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부페 식당에 가려는데 앞에 눈에 익은 옷이 보인다. 사모스에서 헤어진 민숙 씨다. 강가에 발을 담그고 쉬었다 들어와 점심을 ..

26. 팔라스 델 레이 - 리바디소

2014년 7월 2일(수) 도보 구간: 팔라스 델 레이 - 멜리데 - 리바디소, 25.9Km, 7시간 밤새 고열과 기침으로 힘이 들었다. 나 때문에 같은 방 사람들의 잠자리가 불편했을 텐데 아무도 내색하지 않고 오히려 몸은 괜찮냐고 걱정을 해준다. 하루 더 알베르게에서 쉴까하다 가는 데까지 가보기로 하고 느즈막히 일어나 출발했다. 오늘은 도보를 시작한 후 처음으로 함께 잔 사람들이 다 나간 다음에 맘 편히 느긋하게 침낭을 정리하고 배낭을 꾸렸다. 멜리데 초입에 있는 한 식당 점원이 지나가는 나를 부르며 자기 식당에서 문어 요리를 먹고 가라고 호객 행위를 한다. 한국어 추천 글귀와 함께 맛보기로 문어 한 점을 주는데 부드럽고 맛이 괜찮다. 지난 밤에 한 방을 쓴 스페인 청년에게 아직 맛있는 파에야를 못 먹..

25. 포르토마린 - 팔라스 델 레이

2014년 7월 1일(화) 도보 구간: 포르토마린 - 리곤데 - 팔라스 델 레이, 25Km, 5시간 반 지난 밤에 비가 내려 걷는 길이 촉촉하다. 오늘은 비 예보도 있었고 감기로 몸이 안 좋아 해열제를 먹으며 길을 나섰다. 도보 중간부터 비가 내리더니 점점 거세져 12시경 도보를 마치고 성당 앞 시설 좋고 부엌이 있는 사설 알베르게에 짐을 풀었다. 오후 내내 기침도 나고 열도 있어 신선한 과일과 케모마일 차를 마시며 푹 쉬었다. 다행히도 함께 방을 쓴 4명의 스페인 청년과 한 스페인 부부의 배려 덕분에 편히 쉴 수 있었다.

24. 사모스 - 포르토마린

2014년 6월 30일(수) 도보 구간: 사모스 - 사리아 - 포르토마린, 37.4Km, 9시간 반 어제 조금 많이 걸어 오늘은 무리하지 않으려고 30Km정도 걷고 페레로이스에서 도보를 마칠 계획이었다. 그런데 마을로 들어가는 표지판을 못 보고 지나쳐 예정에도 없던 포르토마린에 도착하니 오후 4시반이다. 숙소를 찾는데 벌써 3곳이나 방이 없단다. 한 사설 알베르게 주인의 도움을 받아 성당 근처에 있는 사설 알베르게에서 겨우 잘 곳을 구하고 찾아가니 부엌도 있고 시설이 괜찮다.

23. 오 세브레이로 - 사모스

2014년 6월 29일(화) 도보 구간: 오 세브레이로 - 트리아카스텔라 - 사모스, 30.6Km, 8시간 반 아침에 안개가 짙게 끼어 시야가 좋지 않아 조심해서 걸어야 했다. 다행히 산 중턱에 내려오니 안개도 걷히고 해가 난다. 11시경 트리아카스텔라 식당에서 한 시간 동안 여유롭게 식사를 하고 나와 갈림길에서는 갈리시아 지방 베네딕트 수도회 중심지인 사모스를 향해 걸었다.

22. 비야프랑까 델 비에르조 - 오 세브레이로

2014년 6월 28일(월) 도보 구간: 비야프랑까 델 비에르조 - 라 라구나 에 까스띠야 - 오 세브레이로, 27.9Km, 7시간 일기예보에서 오늘 비가 온다고 해서 평소보다 조금 일찍 숙소를 나섰다. 오 세브레이로로 가는 길은 세 경로가 있지만 난 일반적인 중간 강도의 고전적 까미노 길을 택했다. (나중에 들으니 민숙 씨는 가장 힘든 왼쪽 길로 가서 엄청 고생했단다.) 한 시간쯤 지나자 빗방울이 내리더니 점점 거세진다. 판초를 입고 걷지만 속에 찬 습기로 체온이 점점 떨어진다. 젖은 양말도 갈아 신고 신발도 말리기 위해 바에 들어가 간단한 점심을 먹고 나니 비가 조금 잦아 졌다. 다행히 점심 후에는 바람만 거세고 비는 거의 그쳐 오 세브레이로까지 걷는 데 큰 불편은 없었다. 산 정상에 있는 마을인 오..

21. 몰리나세까 - 비야프랑카 델 비에르조

2014년 6월 27일(일) 도보 구간: 몰리나세까 - 폰페라다 - 비야프랑카 델 비에르조, 31.9Km, 7시간 아침 6시 전에는 알베르게 문을 안 열어줘 많은 순례자들이 현관에서 기다리고 서 있다 마음이 급한 사람들은 지하로 내려가 마당에서 연결된 길로 나간다. 구름이 잔뜩 낀 어스름한 새벽길을 가는데 도로 옆 입구가 개방된 체리밭의 체리가 수난을 당하고 있다. 어떤 순례자는 봉지를 꺼내서 체리를 따서 담는다. 한국이나 서양사람들이나 서리하는 데는 별 차이가 없다. 폰페라다를 지나 다음 마을을 걷던 중 우연히 스펜서 씨를 다시 만났다. 어젯밤에는 폰페라다에서 잤단다. 앞으로도 서로 걷는 속도가 달라 다시 만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비야프랑카 마을 초입에 있는 공립 알베르게에 짐을 풀고 장을 보러 슈퍼에..

20. 엘 간소 - 몰리나세까

2014년 6월 26일(토) 도보 구간: 엘 간소 -끄루쯔 데 페로 - 엘 아세보 -몰리나세까, 32.4Km, 8시간 5시에 일어나 조용히 짐을 챙겨 나와 부엌에서 간단히 아침을 먹은 후 이탈리아에서 온 할아버지 다음으로 아직은 어두운 밖으로 나왔다. 어제 오후 소나기가 내린 이후 날씨가 심상치 않다. 저 멀리 산등성이에는 검은 구름이 걸쳐 있고 하늘은 잔뜩 흐리고 바람이 강하게 불어 길을 걷다 멈추고 판초를 입었다. 다행히 한 시간 가량 지나니 날이 조금씩 갠다. 산 너머 간이 바에서 마티아스와 뢰네를 다시 만나 잠깐 이야기를 나눈 후 밤나무골 마을을 지나 계곡을 내려 와 몰리나세까의 사설 알베르게에 짐을 풀었다. 그런데 슈퍼를 다녀 왔더니 뢰네가 내 옆 침대에서 짐을 풀고 있다. 그리고 마티아스도 같..

19. 오스피딸 데 오르비고 - 엘 간소

2014년 6월 25일(금) 도보 구간: 오스피딸 레 오르비고 - 아스토르가 - 엘 간소, 29.9Km, 8시간 밤 늦게까지 불꽃 놀이로 마을이 시끄러워 잠을 설쳤다. 5시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6시 경 알베르게를 나와 보니 안개가 잔뜩 끼어 있다. 오늘도 두 갈래 길이라 한적한 시골길을 택해 걸었는데 3시간 가량 걷는 동안 마을은 하나도 없고 차도와 나란히 걸어가는 지루한 길이다. 아스토르가로 가기 전 마을 입구 언덕에 가서야 호주의 오누이 순례자를 만났다. 여기서 두 길이 다시 만난다. 엘간소에서 숙소에 들어 가니 오스피탈에서 함께 지낸 이탈리아 할아버지도 와 계신다. 오후 4시경 검은 비구름이 몰려 오더니 소나기가 세차게 내리기 시작하니 갑자기 비를 피하는 독일 청년 순례자들이 들어 온다. 이들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