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29일(일)
도보 구간: 천하 버스정류장 – 천하 저수지 - 전망대 – 남해편백휴양림 – 내산 저수지 - 독일 마을 - 물건 마을, 17.5 Km
걸린 시간: 7시간 30분
몸이 피곤해서 그런지 나는 더러운 방에서도 잘 자고 일어 났다. 반나절 동안 바람부는 쌀쌀한 날씨에 걸어서 따뜻한 방을 원했는데 할아버지의 말씀과는 다르게 방이 미지근하고 조금 추웠지만 다행히 이부자리는 깨끗했다. 그런데 키 작은 사람들만 손님으로 받는지 요의 길이가 짧아 발이 이불 밖으로 나갔다. 벽이 더러워 자면서 벽에 닿을까 걱정이 되었던 친구는 밤새 불편했다고 한다. 아침 일찍 일어난 친구가 다른 빈 방들은 보고 오더니 다른 곳은 벽지도 깨끗한데 우리를 가장 더러운 방을 주었다며 분개를 한다. 주인 할아버지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 지 어이가 없다.
다시는 오고 싶지 않은 이 숙소를 나오니 어제보다 날씨는 따뜻한데 바람이 조금 더 분다. 숙소를 나와 마트에 들려 오늘 점심에 먹을 카스테라를 산 후 건너편 버스 종점으로 갔다. 현금으로 버스표를 산 후 8시 30분 발 부산행 버스를 타고 15분 정도 지나 천하에서 내렸다. 일요일 아침이고 코로나 19 때문인지 버스 손님은 우리 두 명 뿐이다. 버스 기사는 오늘은 코로나 19 때문에 교회 가시는 분들이 없다고 하신다.
천하 버스정류장에서 바래길 안내 표시를 보고 첫 번째 목적지인 남해 편백휴양림을 향해 산길을 따라 올라 갔다. 편백휴양림을 걸은 후 입구로 나오니 여직원이 어디로 들어 왔냐고 우리를 보며 놀란다. 천하에서부터 걸어 왔다고 하니 여기 있으면 안 된다고 빨리 나가란다. 어이가 없다. 어차피 나가려고 내려 왔는데, 그리고 휴양림 둘레길을 걷는 중 마을 주민들도 만났는데 갑자기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안 된다.
휴양림을 빠져 나오니 내산 저수지를 끼고 만든 도로를 따라 걸어야 한다. 화전길로 가는 길에 있는 나비생태공원과 바람흔적미술관은 코로나 19로 문을 닫았다. '내산 서당터' 버스 정거장에 있는 마을을 지나 내산저수지에서 내려 오는 물로 시작되는 화천 강가에 앉아 지친 발을 담구고 쉬어가기로 했다. 물이 차서 발을 오래 담구고 있을 수는 없었지만 산을 넘느라 힘든 발을 쉬게 하기에는 충분히 좋은 시간이었다.
화천을 따라 걸어 가는데 오늘은 친구가 유독 힘들어 한다. 오늘은 길을 걸으며 점심을 먹을 식당이 없을 것 같아 미숫가루와 카스테라, 요구르트 그리고 천혜향 하나를 먹은 게 다니 기운이 없나보다. 그래서 나무테크가 있는 곳에 자리를 펴고 햇살을 맞으며 10분간 누워서 쉬었다.
누웠다 일어나니 기운이 생긴다. 화암교를 지나 언덕을 넘어 독일마을에 들어서니 일요일이라 그런지 젊은 사람들이 많다. 너무 복잡해서 독일 마을을 빨리 벗어나고 싶어 길을 따라 내려오다 풍광 좋은 '쿤스트 베이커리'로 들어가 샌드위치, 마늘빵, 브레쩰과 음료를 마시며 충분히 쉬고 나니 기운이 난다. 그리고 혹시 몰라 내일 먹을 곡식빵도 하나 샀다. 독일 마을을 벗어나 5분 정도 내려 오니 물건 마을 입구다. 마을로 들어가니 스톨렌을 파는 독일 빵집이 있다. 크리스마스에 먹는 스톨렌을 이곳에서는 항상 만들어 판다. 호기심에 들어가 작은 해바라기 호밀빵을 하나 샀다. 이 빵은 다음날 걸으며 쉴 때 버터에 유자청을 발라 맛있게 먹었다.
마을에서 바닷가로 나오니 아주 멋진 물건방조어부림이 있다. 이곳이 5코스 종점이지만 이제 겨우 오후 4시다. 우리는 도보를 마치기에 조금 이른 시간이라서, 그리고 조금 전 샌드위치도 먹어 힘이 생겼고 숲이 좋아 계속 걷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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