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바래길

남해바래길 6코스 말발굽길 (남파랑길 38코스): 창선교 - 적량 해비치마을

hadamhalmi 2020. 3. 30. 20:10

2020년 3월 30일(월)

 

도보 구간: 창선교 – 당저 - 추섬공원 – 부윤 - 보현사 – 장포고개 - 장포항 – 대곡마을 - 적량 해비치마을, 12 Km

걸린 시간: 3시간 30분

 

 

깨끗한 게스트하우스에서 편안하게 잠을 자고 일어나 어제 저녁 예약한 시간에 내려가 아침을 먹은 후 친절한 주인 아저씨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오늘의 목적지인 적량을 향해 떠났다.

 

오늘은 어제보다 날씨가 더 좋다. 어젯밤 게스트하우스를 찾아 창선교를 지나며 보지 못한 죽방림을 보려고 창선교 중간 부분으로 다시 되돌아갔다 와서 남해 바래길의 안내 표시를 보고 도로를 따라 걸었다. 추섬 공원은 월요일 아침이라 그런지 조용하다. 마을 주민들이 함께 가꾼 추섬 공원의 해안가에는 벗꽃이 흐트러지게 피어 있고 소나무 숲길 양 옆으로 핀 동백꽃도 예쁘다. 정성스럽게 가꾼 조그마한 섬공원에 봄 기운이 가득하다.

 

추섬 공원을 나와 보현사로 가는 길은 조금 지루하고 너무 길다. 보현사를 지나니 고사리 재배지가 눈에 띄게 많다. 장포고개를 내려와서는 아쉽게도  모상개 해수욕장으로 가는 표지판을 못 보고 지나쳤다. 장포 마을로 바로 들어가 해안가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수산 가는 버스시간표를 보는데 잘 모르겠다. 마침 지나가는 마을 아주머니에게 물어보니 수산가는 버스는 장포에서 하루에 두 번 12시와 오후 3시 반 경에 있단다. 시계를 보니 11시 20분이다. 아직 40분이나 남아 있어 적량까지 걸어 가기로 했다.

 

부지런히 걸어 대곡 마을을 지나 적량해비치마을 입구에 있는 버스정류장에 도착하니 12시가 조금 안 되었다. 친구와 둘이서 해안도로를 따라 열심히 걸은 덕에 택시가 아닌 수산 가는 버스를 타게 되었다. 평상에 앉아 숨을 고르며 버스를 기다려도 12시에 온다는 버스는 소식이 없다. 답답해 하고 있는데 마침 삶은 고사리를 해안가에 널기 위해 지나가는 할아버지께 버스 시간을 물어 보니 올 때가 되었으니 진득하게 기다리면 버스가 온단다. 도시에서 살다보니 기다리는 연습이 부족한 내 모습이 드러난다. 

 

함께 버스를 기다리던 마을 주민이 버스가 온다고 알려준다. 우리도 12시 15분 경에 온 버스를 타려고 줄을 섰다. 우리가 수산에 나가 먹을 점심 얘기를 하는 것을 들은 한 마을 주민은 수산에서 점심을 먹으려면 자기 부인을 따라 가면 된단다. 알고보니 아주머니는 수산 버스정류장 근처 식당에서 일하시는 분이다. 그러자 아주머니는 원래는 고깃집인데 점심 때는 간단한 음식도 판다고 안내를 해 주신다. 버스를 타고 10분 후 수산에서 내려 아주머니를 따라 식당으로 들어가니 코로나롤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중인지를 모를 정도로 식당에 손님들로 가득하다. 삼천포로 나가는 버스 시간이 넉넉해 점심으로 목살과 후식으로 순두부찌개까지 먹고 음식값을 지불하고 나오니 식당 주인 아주머니는 우리가 타고 나갈 버스가 지금 마을로 들어 갔으니 빨리 나가서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라고 알려 주신다. (시골 버스는 정확하지 않아서 보통 10분 정도 미리 나가서 기다려야 한다.)

 

적량에서 수산으로 올 때 내린 버스 정류장 건너편 의원 앞에 있는 버스 정류장으로 가서 25번 버스를 기다리는 마을분들과 함께 대기실에 앉았다. 모두들 우리가 안전하게 삼천포 터미널까지 가도록 안내를 열심히 그리고 친절하게 해 주신다. 그 과정에서 삼천포 터미널과 사천 터미널이 버스로 20분 거리라는 것도 알았다. 버스를 기다리며 본 수산에는 아직 다방이 많고 보온병에 커피를 담아 배달하는 문화가 남아 있다. 또한 문을 열고 일하는 의원도 있는 모습을 보니 꼭 80년대로 시간 여행을 온 기분이 든다.  

 

드디어 오후 1시 37분에 25번 버스를 타고 '삼천포 버스터미널' 정거장에서 내렸다. (25분 걸림) 터미널로 들어가 오후 2시반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에 도착하니 저녁 6시 40분이다. 어젯밤 '남해 명품게스트하우스' 주인 아저씨의 친절한 안내 덕분에 서울로 올라오는 길이 편안했다.  

 

 

 

죽방림
건너편에 보이는 섬이 사량도이고, 오른쪽은 시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