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파랑길

남파랑길 거제구간 18코스: 장목 파출소 - 김영삼 대통령 생가

hadamhalmi 2021. 10. 25. 23:43

 

2021년 10월 23일(토)

 

도보 구간: 장목파출소 - 장목초등학교 - 관포마을 - 공동묘지 - 두모 몽돌해변 - 매미성 - 대금산 - 외포 중학교 - 김영삼대통령 생가. 16.4Km (실제 걸은 거리: 21km)

걸린 시간: 6시간 30분

 

 

오늘도 어제와 같이 날씨가 따뜻하다. 고현터미널에서 8:02에 출발하는 32번 버스를 타고 '장목면사무소' 정거장에서 내리니 8시 반이다. 길을 건너 18코스가 시작하는 장목 파출소로 가서 오늘의 목적지인 김영삼 대통령 생가를 향해 정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장목항을 벗어나 장목초등학교부터는 인도가 없어 도로를 따라 걷는 길이지만 이른 아침이라 도로에 차가 없어 안전하게 걸었다. 야트막하고 걷기 편안한 둘레길 언덕을 넘어 관포마을에 도착해서는 한적한 차도 옆에 있는 야외 헬스장에서 따뜻한 햇살을 맞으며 잠시 쉬었다.

 

두모 마을을 향해 걸어가다 뒤를 돌아보니 멀리 거가대교가 보인다. 억새가 피어 있고 야트막한 산이 꼭 제주도 오름을생각나게 하는 산의 둘레길을 걸어 언덕을 넘으니 공동묘지를 지나간다. 두모마을로 내려 가는 길에 집 공사를 하는 트럭이 무례하게 길을 가로로 막고 서 있어 지나갈 수가 없다. 여기저기를 살펴보다 하는 수 없이 쌓아놓은 황토 흙을 밟고 넘어갔다. 두모 마을로 내려가 길에서 만난 주민들에게 인사를 해도 이들은 아무 대응이 없다. 어젯밤 친구와 TV에서 본 아프리카 튀니지 사람들이 낯선 이들에게도 아주 친절하게 인사를 해주던 모습과는 너무도 달라 낯설다. 코로나가 우리 사회를 냉랭하게 만들었나 싶다.    

 

두모 몽돌해변에 도착해서는 몽돌 해변으로 내려가는 계단에 앉아 따뜻한 햇살을 쬐며 어제 저녁 도보를 마치고 산 찐빵을 먹었다. 바다를 보고 쉬다가 그냥 일어나기가 아쉬워 신발을 벗고 바닷물에 발을 담그니 피곤한 발이 시원하다. 몽돌을 밟으니 발 마시지도 저절도 된다. 그런데 아직 바닷물이 따뜻하다.

 

오늘은 파도가 조금 세서 몽돌해수욕장을 지나 방파제를 따라 길을 걷는데 파도가 방파제를 넘어 올 정도다. 남파랑길의 빨간 화살표는 해변가에 바다 위로 세워진 짧은 테크로 가라고 표시가 되어 있지만 위험하다고 테이프가 쳐져 있다. 그래서 이곳을 지나 좀 더 가면 이 테크 다리와 연결된 곳이 있을까 하고 막다른 길까지 갔지만 테크와 연결된 곳이 없다. 다시 되돌아와서 할 수 없이 파도가 잔잔할 때를 기다려 조심해서 그리고 빨리 테이프를 넘어 지나갔다. 테크 길을 지나 바위에 도착하니 해국이 활짝 피어 있다. 얼마나 예쁘던지. 짧은 해안가 테크길을 벗어나 이어지는 몽돌 해안을 따라 남파랑길이 길게 이어져 있는데 파도도 세고 자갈길을 걷는 것이 불편해 중간에 펜션을 통해 도로로 나왔다가 몽돌해안길이 끝나는 곳에서 다시 남파랑길로 들어섰다.  

 

두모 몽돌해변을 벗어나 차도를 따라 언덕을 걸어 올라가는데 길가에 세븐일레븐 편의점이 있다.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싶지 않아 김밥을 사려고 들어 갔는데 방금 도착한 도시락이 있다는 직원의 말에 편의점 도시락을 먹어 보기로 했다. 여직원이 친절하게 전자레인지에 도시락 데우는 것을 도와주어 바나나 우유와 함께 편의점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편의점 도시락 밥이 도보 첫날 점심으로 나온 뜸 덜들은 돌솥밥보다도 맛이 있었다. 후식으로 귤을 사서 먹은 후 편의점 직원이 강추하는 매미성을 가 보기로 했다.

 

관광지라 사람들도 많고 매미성 입구부터 상점들이 즐비하게 있다. 매미성으로 내려 가는 길에 칸나와 비슷한 식물이 밭에 많이 심어져 있어 무엇인가 궁금했는데 울금(강황)이란다. 바닷가에 있는 매미성으로 내려가니 매미성 주인은 열심히 작업을 하고 있고 관광 온 사람들은 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자연 풍경이 멋진 것 외에는 별 볼거리가 없어 잠시 둘러보고 힘들게 언덕을 올라와 다시 남파랑길로 들어섰다.

 

언덕을 따라 걸어 올라가다 대금산으로 가기 위해 가파른 대나무 숲길로 들어섰다. 계속되는 오르막길을 열심히 걸어가능선에 올라섰는데 대금산 정상 방향 푯말이 서 있다. 전날 친구와 남파랑길에서 잠시 벗어나 경치가 좋다는 대금산 정상을 갔다 내려오기로 했다.

 

정상 푯말을 보고 앞서가던 친구가 길이 없어 돌아서도 못가겠다고 다시 내려온다. 그런데 이상하다. 정상으로 가는 길을 큰 나무를 쓰러뜨려 지나가지 못하게 막아 놓았다. 할 수 없이 내가 먼저 풀숲을 헤치고 쓰러진 나무를 돌아 산길로 들어 섰다. 그런데 친구는 수풀에 가시가 많다며 유연하게 허리를 굽혀 나무 밑을 통해 나온다. 풀이 우거져 산길이 뚜렷하지는 않았지만 길을 따라 올라가다보니 등산 모임의 빨간 리본이 걸려 있다. 길이 맞다는 확신이 들어 계속 올라가니 옆에 조금 더 좋은 길이 있다. 그 길을 따라 갔더니 평상이 있고 바다 전망이 좋다. 하지만 이곳이 정상이 아닌 것 같아 조금 더 가 보았지만 이상하게도 정상석이 없다.

 

힘들게 올라 왔는데 대금산 정상이 아니라 실망을 하며 지도를 찾아 보며 다시 남파랑길로 내려가는데 놀랍게도 지도에서 보던 것과 달리 내려 오는데 5 분도 안 걸리고 길도 좋다. 그리고 눈앞에 2명의 등산객이 지나간다. 어이가 없다. 산을 내려와 앞산을 보니 이게 대금산 정상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우리만 이 길로 온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세븐일레븐 편의점에서 밥을 먹고 있을 때 지나간 한 남파랑길 도보 여행자도 우리가 내려 온 후 뒤를 돌아 보니 놀랍게도 우리 뒤에서 숲을 헤치며 내려오고 있다. 이 사람도 대금산 정상을 가려고 우리가 갔던 길로 올라왔나보다. 이 분은 우리에게 앞에 있는 대금산 정상에 같이 올라갔다 가자고 제안을 했지만 우리는 다리도 아프고 오늘 서울로 올라가야 하니 바로 남파랑길을 걷기로 했다.

 

그런데 대금산 임도길을 다 내려올 때 쯤 다시 이 도보 여행객을 만났다. 엄청 빨리 걸으신다. 외포 마을을 지나서 김영삼 대통령 생가까지는 차도를 따라 걸었다. 종착점인 김영삼 생가로 가는 언덕길에 고현터미널로 나가는 32번 버스가 지나간다. 종착점에 도착해서 한 시간에 한 대 있는 버스를 기다리기가 싫어 카카오 택시를 부르니 택시가 옥포에서 오느라 7분 정도 걸린다. 친절한 기사님의 택시를 타고 고현 버스터미널로 나오며 가장 빠른 오후 4시 버스표를 예약했다. 터미널에 도착하니 오후 3시 45분이다.   

 

 

장목초등학교
320년 된 팽나무
울금꽃
매미성
여기서 정골재 임도길로 따라가야 남파랑길이고, 이길로 가서 대금산 정상을 가야한다. 그런데 이정표는 왼쪽길로 가야 대금산 정상이라고 알려준다.
앞에 보이는 곳이 대금산 정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