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23일(토)
도보 구간: 전곡항 입구 - 탄도항 - 대부 광산 퇴적암층 - 불도방조제 - 상상전망대 - 대선 방조제 - 동주 염전 - 한옥카페 카르폰 - 대부도 펜션시티 - 대부 남동보건진료소 입구, 17.5Km
걸린 시간: 5시간 반
며칠 전부터 일기예보에서 오늘 다시 장맛비가 시작된다고 안내가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비도 안 오고, 화성 지역의 일기예보를 보니 오후 5시부터 비가 온단다. 그래서 오늘은 혼자 서해랑길 89코스를 걷기로 하고 보통 때보다 한 시간 일찍 집을 나섰다.
계획대로 사당역 10번 출구로 나가 8시 20분에 전곡항으로 떠나는 1002번 버스를 탔다. 그런데 이 버스는 남태령 고개를 앞에 두고 고장이 나서 꿈적도 안 한다. 대안으로 1002번 기사님은 사당역에서 오는 1008번 버스를 타고 화성 남양사거리 버스정거장에서 내려 1004번 버스로 갈아 타고 가란다. 다음에 오는 1002번을 타려면 한 시간이나 기다려야 해서 할 수 없이 기사님 안내대로 1008번으로 갈아 타고 한 시간 지나 남양사거리에서 내렸다.
하지만 기사님이 알려 주신 1004번 버스는 전곡항으로 가는 버스가 아니다. 버스 정거장의 안내판을 보니 마침 전곡항으로 가는 1004-1번 버스가 20분 후에 온다. 아침부터 무더운 날씨지만 20분을 기다려 1004-1번 버스를 타고 기사님에게 사고 경위를 말씀 드렸더니 기사님은 이 버스는 3시간 반에 한 대 오는 버스라며 내게 오늘 운이 좋았단다. 그렇지 않으면 더운 날씨에 길바닥에서 반 나절을 보내야 했을 거란다. 버스를 타고 50분 지나 전곡항 입구 버스정거장에서 내려 길을 건너니 지난 번 도보를 마친 88코스 종점이다. 집에서 여기까지 오는데 3시간이나 걸렸다.
89코스 시작점인 전곡항 입구에서 서해랑길 리본을 보며 안내대로 뚝방길을 따라 걸었다. 그런데 탄도항으로 나가는 길이 없다. 위를 올려다보니 차도의 전봇대에 서해랑길과 경기둘레길의 리본이 바람에 날린다. 할 수 없이 수풀을 헤치고 언덕을 올라갔다. 차도를 따라 걸어가다 사거리에서 길을 건너 마을길로 들어섰다. 큰 나무 아래 평상에 앉아 더위를 피하고 계신 할머니들 옆에 누런 개 한 마리가 길가에 누워 있는데 풍경이 참 평화롭다. 한 할머니가 나를 보더니 오늘은 바람이 불어서 도보하기 좋겠다고 덕담을 해 주신다. 감사 인사를 드리고 조금 더 걸어 가니 곧바로 숲길로 들어선다.
산길을 올라 전망대로 가니 내가 걸어 온 길이 다 보인다. 맞은편 전망대로 건너 가니 대부광산 퇴적암층 풍경이 멋지다. 전망대를 내려가니 갈림길이다. 왼쪽으로 가면 퇴적암층을 볼 수 있다길래 잠시 들렀다가 되돌아와 서해랑길로 들어섰다. 습지를 지나 도로로 나가니 길 건너편에 식당들이 있다. 11시 반이지만 이른 점심을 먹으며 잠시 쉬었다 가기로 했다.
한 식당에 들어가 구이 백반을 시켰는데 12,000원짜리 백반에 따라 나온 반찬이 영 별로다. 다행히 고등어 구이에 기대하지 않았던 김치찌개가 나와서 배불리 점심을 먹었다. 점심 후 일기 예보를 보니 일기 예보가 바뀌어 오후 1시부터 비가 내린단다. 아직 비는 안 내리지만 오늘부터 큰 비가 온다고 했기에 서둘러서 식당을 나왔다.
불도 방조제를 지나니 빗방울이 한 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한다. 그래도 우산없이 걸을 만했다. 산길로 들어가 오르막길을 한참 걸었더니 팔각정 쉼터가 있다. 팔각정으로 올라가 천도 복숭아를 먹으며 쉬고 있는데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 더위가 싹 가신다.
이곳에서 보는 주변 풍경도 멋지다. 멀리 보이는 섬에는 비가 내리는지 운무가 자욱하게 끼어 있다. 팔각정을 내려와 상상전망대로 가는 길도 숲길이다. 상상전망대를 넘어 숲길을 벗어나 찻길을 건너니 펜션촌이다. 펜션촌을 빠져 나오니 또 작은 방조제다. 방조제를 지나 바닷길을 따라 걸어가니 동주염전으로 가는 안내 푯말이 나온다.
동주 염전으로 가는 길에 빗방울이 조금씩 세지기 시작한다. 동주 염전을 끼고 바닷길을 걷는 뚝방길 풍경이 멋지다. 왼쪽으로는 물빠진 갯벌에 핀 보랏빛 칠면초가 장관이고, 오른쪽으로는 비내리는 염전 풍경이 인상적이다. 우산을 쓰고 뚝방길을 걸으며 비에 젖은 풀잎이 신발을 적셔도 멋진 풍경덕에 기분이 좋다. 동주 염전을 벗어나니 또 작은 펜션촌이다. 펜션촌을 벗어나 한참을 걸어가니 바닷가에 있는 멋진 한옥카페 '카르폰' 뒷마당으로 이어진다. 카페 쉼터에서 잠시 쉬면서 우비를 입었다.
이곳에서 주변을 둘러보며 서해랑길이나 경기둘레길 리본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는다. 할 수 없이 카페 밖으로 나가기로 했다. 나가면서 잠시 주변을 둘러보는데 멀리 닭장 뒤로 펄럭이는 리본이 눈에 들어 온다. 조금 전 쉬었던 자리로 다시 돌아가 바닷가를 끼고 있는 풀숲을 헤치고 걸어가니 닭장 뒤로 내려 가는 계단이 있다. 하지만 이 길은 여름철 길게 자란 풀로 덮여 있어 풀을 헤쳐야만 계단이 보인다.
일단 나무 계단길을 찾았으니 운좋게 다시 서해랑길로 들어섰다. 이곳을 벗어나니 이번에는 규모가 꽤 큰 대부도 펜션시티로 이어진다. 비 오는 날씨에도 젊은 아이들은 수영장에서 즐겁게 노느라 시끌벅적하다. 부지런히 걸어서 도로로 나오니 드디어 대남초등학교로 가는 길 표시가 보인다. 이제 대부 남동보건 진료소가 그리 멀리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서해랑길은 도로를 따라 걷는 것이 아니니 다시 마을길로 들어섰다. 금당마을을 지나 다시 찻길로 나왔는데 주변에 서해랑길 표시가 안 보인다. 다음 지도를 보니 해안길로 안내하는 서해랑길보다는 방조제길로 가는 것이 빠르다. 날씨도 안 좋고 해서 잠시 서해랑길을 벗어나기로 했다. 오른쪽 도로로 조금 올라가니 방조제길 버스 정류장이 있다. 길을 건너 방조제길로 들어서서 5분 정도 걸어 내려가니 바닷가인데 다시 서해랑길과 만난다. 오늘의 목적지인 남동보건진료소 입구에 도착하니 오후 4시다.
잠시 쉬면서 버스 시간표를 보니 대남초등학교에서 출발하는 버스는 1분 후 온다. 이 버스를 타는 것은 불가능해서 육골 정거장에서 790번 버스를 타기로 했다. 카카오맵을 보니 50분 후에 온단다. 느긋하게 쉬다가 다시 버스 시간표를 보니 이번에는 20분 후에 온단다. 이 버스를 놓치면 1시간 기다려야 해서 서둘렀다. 다음 지도에는 분명 이곳에서 육골 버스 정거장까지 가는 길이 있다고 했는데 지도에서 안내한 길로 가면 길이 없다.
처음부터 길이 막혀서 출발을 못해 당황하다 일단 대부 남동보건진료소 앞으로 올라 가기로 했다. 남동 보건진료소를 지나 계속 올라가니 숲길로 이어진다. 숲길을 넘어가니 길이 나오고 계속 걸어가니 도로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조금 걸어가면 종이 미술관이다. 종이 미술관을 지나 길 건너 사잇길로 들어서는데 차량 2대가 서 있고 사람들이 비를 맞으며 나와 있다.
시간이 촉박해 뛰다시피 걸어가는데 누군가 뒤에서 나를 부른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이 동네 사는 사람들인데 내가 가는 쪽으로는 길이 없다고 알려 주신다. 친절은 고맙지만 버스 시간이 시간이 촉박해 찻길은 아니지만 걷는 길은 있을 거라고 짧게 감사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이 분들하고 얘기하느라 5분은 더 지체되었다.
다음 지도를 보며 길을 따라 가는데 길이 막혀 있다. 주택 공사를 하면서 담장을 짓느라 길이 없어졌다. 난감해 하다 돌아갈 수는 없어 담장 옆으로 난 언덕을 올라가니 조그만 틈새가 있다. 길을 넘어 가니 집이 한채 보이고 차들이 서 있다. 다음 지도에서는 왼쪽으로 가라고 했는데 길이 안 보인다. 길을 찾기에는 시간이 없어 차도를 따라 걷기로 했다.
위로 난 이 길을 따라 가면 버스 정거장이 나올 것 같지 않아 걱정을 하며 한참을 걸어 내려 가니 큰 도로가 나온다. 어디로 가야할 지 두리번 거리며 왼쪽을 보니 육골 정거장을 떠난 790번 버스가 내쪽으로 오고 있다. 믿져야 본전이라 생각하며 손을 흔들어 세우니 기사님이 세워주신다. 버스에 올라타며 감사 인사를 하니 기사님은 이 버스를 놓치면 궃은 날씨에 한 시간을 기다려야 해서 세워주셨단다. 친절하신 기사님 덕에 버스를 타고 한 시간 걸려 오이도 역으로 나왔다.
교통은 불편하지만 서해랑길 89코스는 한번쯤 걸을만한 길이다. 그리 높지 않은 산길과 바닷길이 잘 어울어진 길이라 접근성이 좋으면 다시 걷고 싶은 길이다. 이 지역에는 포도 농가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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